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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헌재소장 임기논란 왜? …법조계 "6년 임기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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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헌재소장 임기 명확히 규정 않아 문제

독립성 보장위해 소장은 대통령 임기보다 길어야

뉴스1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된 유남석(60·연수원 13기) 광주고등법원장이 18일 오후 7시10분께 업무를 마치고 광주고법 을 나서고 있다.2017.10.18/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헌법재판소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18일 유남석 광주고등법원장을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해 9인 체제를 완성한 이후 재판관 9인 가운데 헌재소장을 임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연일 헌재소장을 당장 임명해야 한다며 파상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와 야당 간 첨예한 갈등의 원인은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다. 헌법이 명문으로 헌재소장의 임기를 따로 정하고 않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를 6년으로 정하고 있고, 헌재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헌법학계에서는 헌재소장의 임기를 재판관으로서의 6년 임기 가운데 '잔여임기'로 해석해 왔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경우도 재판관 잔여임기인 4년 동안 헌재소장으로 재직 한 뒤 퇴임했다.

문제는 청와대가 헌재소장 임기를 '소장으로 임명 되는 날'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법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부터 시작됐다.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김이수 재판관을 헌재소장으로 지명할 당시와 태도가 바뀐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임기 6년짜리 헌재소장을 위한 인사 로드맵을 구축한 배경에 대해 제각각의 해석이 나온다.

◇ 靑 코드 맞는 임기 6년 헌재소장 고집? … 전문가들 '억측' 비판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재소장 임명을 둘러싼 청와대의 일련의 행보에 대해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넘어서는 6년 동안 코드가 맞는 인물을 헌재소장 자리에 앉히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분석은 헌법상 대통령 임기가 5년으로 6년 임기의 헌재소장을 임명할 경우 자신의 집권 동안 헌재에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헌재소장은 사건을 심리하고 결정하는 재판관 평의에서 '1/n'의 결정권만을 가질 뿐이다. 사안에 따라 재판부 평의 과정에서 헌재소장이 어느 정도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심리결과의 향방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없는 구조다.

즉 청와대가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임기 6년짜리 헌재소장을 임명한다고 해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동안 헌재소장을 통해 헌재를 장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얘기라는 것이다.

외려 인사권자인 대통령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재판관들을 헌재소장으로 거듭 임명할 경우 헌재소장 인사권을 반복적으로 행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재판관들을 정치적으로 종속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다.

예컨대 문 대통령이 내년 9월 임기를 마치는 재판관 가운데 한명을 소장으로 지명하고 해당 인물이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통과해 소장이 된다고 해도 문 대통령은 2018년 9월쯤 다시 한 번 헌재소장을 지명할 수 있다. 이때에도 잔여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대통령 임기 전 퇴임하게 되는 재판관을 소장으로 지명해 또 한번 헌재소장 인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최악을 가정하면 대통령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고 임기 6년을 새로 시작하는 헌재소장을 임명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코드가 맞는 인물을 6년 임기의 헌재소장으로 앉혀 헌재를 장악하려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헌법이 대법원장과 헌법재판관 임기를 대통령 임기보다 길게 정하고 있는 이유는 대통령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보다 임기가 짧을 경우 다음에 영전하려고 하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코드에 맞는 판결을 내리게 될 가능성이 있을 때가 독립성 훼손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헌법에 명문 규정 없지만 '6년 임기' 헌재소장 임명이 바람직

헌재소장은 재판관들이 사건을 결정하는 내부 ‘평의’에서는 1/n의 영향력을 가질 뿐이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헌법기관으로서 대법원장과 같은 예우를 받는 등 위상이 높다. 헌법재판관이 헌재소장이 되는 것은 재판관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영전'에 해당한다.

만일 대통령이 헌재소장 임명권을 반복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되면 개인적 욕심이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는 재판을 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연히 헌재의 독립성 훼손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우리 헌법은 대통령보다 대법원장과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길게 정하고 동시에 임기가 엇갈리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지만 한번 임명이 되고 난 뒤에는 제왕적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양심과 법률에 따른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어 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헌재소장 임명 논의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신임 헌재소장은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재판관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장철준 단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는 사법부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이 최소화돼야 한다"며 "우리 헌법이 그래서 대통령과 대법원장·헌법재판관의 임기를 각각 엇갈리게 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특히 헌법에 따라 제왕적 권한을 갖는 대통령이 사법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자신의 임기보다 더 긴 임기를 갖는 헌재소장을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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