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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Why] "신입생 안뽑겠다" 한림예고에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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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산실' 모집 3주전 취소… 설립자 사망 때 법 저촉이 문제

지망생 "간절함 무시하나" 비난… 교육청 "내년 입학 일단 허가"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있는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가 지난 10일 돌연 2018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예고돼 있던 원서 접수 기간을 3주쯤 남기고 벌어진 일이라 입학을 준비하던 중학교 3학년 학생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일었다. 한림예고는 성적 대신 실기 100%로 입학 가능한 학교라서 방송이나 예술계로 진로를 택한 중학생들이 선망하는 곳이다. 연예인도 한 해 수십명씩 배출하고 있어 연예과의 경우 입학 경쟁률이 15대 1에 달한다.

한림예고 측이 더는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겠다고 한 가장 큰 이유는 지난 2009년 개정된 평생교육법 때문이다. 현재 한림예고는 일반 초·중·고등학교 설립 근거인 초·중등교육법이 아닌 평생교육법에 의거해 만들어진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이다. 학교 측은 2009년 개정된 평생교육법 제28조 5항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 해당 조항에는 '평생교육법에 근거한 학교의 설립 주체는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법인 혹은 재단법인이어야 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그간 개인이 설립해 운영해 오던 한림예고 설립자 이현만 교장이 사망한 뒤에는 개인이 학교를 승계·운영할 수 없고 법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려면 개인 소유 학교 부지와 건물 등을 전부 법인에 출연해야 한다.

한림예고 측은 "이현만 교장이 건강이 좋지 않아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입학생 모집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림예고의 결정은 서울 성동구 홍익동에 있는 한국예술고등학교 영향이 컸다. 한국예고도 평생교육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학교로, 설립자가 지난해 사망하면서 갑자기 신입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한림예고가 입학생을 모집하지 않겠다고 하자 입시를 준비하던 중학교 3학년생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모델학원에 다니며 2년 동안 한림예고를 준비해 왔다는 최모(15)양은 "전국에 한 곳밖에 없는 이 학교 모델학과를 가려고 준비해 왔다"며 "2년간 돈과 시간을 투자한 입시생들은 뭐가 되느냐"고 말했다. 뮤지컬과 실기를 준비해왔다는 차모(15)양은 "우리가 얼마나 간절한지 어른들이 몰라 벌어진 일"이라며 "학교 사정도 있겠지만 수백명 청소년들의 미래를 짓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 한 관계자는 "개인이 만들어 운영하던 곳을 학교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끔 유도하는 과정"이라며 "민원이 쇄도하고 한림예고 측도 학교 운영을 계속하고 싶다고 해 일단 내년도 입학생은 받을 수 있도록 협의할 예정이지만, 설립자가 사망한 뒤에는 법인을 설립해야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생교육법에 근거해 세워져 운영되고 있는 초·중·고교는 전국 48곳, 서울에 13곳이 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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