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우 과학평론가 |
죽은 사람에게는 노벨상을 수여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노벨상 수상이 유력시되던 과학자가 상을 받기 전에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간혹 벌어지곤 한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의 업적은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이후 100년 만에 입증된’ 중력파의 관측인데, 이와 관련된 큰 공로를 세워 노벨상 수상이 유력했던 물리학자 한 분이 올해 3월에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다른 이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가게 되었다.
공감의 과학 10/21 |
근래에도 물론 젊은 나이에 업적을 내는 과학자들이 없지는 않으나, 그것이 확실하게 입증되는 데에는 무척 오랜 시일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저명한 과학사학자 쿤(Kuhn)의 용어를 빌린다면 이제 ‘과학혁명’의 시대는 가고 수수께끼 풀이식의 ‘정상과학’의 시대가 도래했다면, 업적을 누적적으로 쌓은 원로 과학자들이 노벨상 수상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속단하기는 이를지도 모른다. 지난 19세기 말의 물리학 역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올 게 없는 거의 완성된 학문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은 20세기 초에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라는 혁명적 이론이 탄생할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최성우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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