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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오바마ㆍ부시, 관행 깨고 트럼프 정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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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분열의 낡은 정치 재연”

“인종ㆍ종교 떠나 미국인 동등”
한국일보

버락 오바마(왼쪽) 전 미국 대통령이 19일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열린 민주당 필 머피 주지사 후보 지지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뉴어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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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두 전직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식’ 정치를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가급적 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삼가는 관행을 깨고 취임 이후 편가르기, 인종주의 등 분열과 대립의 정치로 일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1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 뉴어크에서 열린 민주당 필 머피 주지사 후보 지지 연설에서 “우리가 잠재웠다고 생각하는 분열의 정치를 지금 다시 보고 있다. 지금은 19세기가 아니라 21세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분열의 낡은 정치를 거부하라”고 역설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으나 그의 비판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주의 등에 날을 세운 부시 전 대통령의 발언도 나왔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소가 뉴욕에서 주최한 안보 토론회에 연사로 나서 “미국의 정체성은 지리, 인종, ‘피와 땅’ 등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어떤 인종과 종교, 민족 출신이라도 동등한 미국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8월 나치 슬로건인 피와 땅 구호가 등장한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폭력 사태 당시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두둔한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그는 또 “공공영역에서 괴롭히기와 편견이 국가적 풍조가 돼 잔인함과 편협함을 허용하고 있다” “정치가 점점 더 음모이론과 날조에 취약해지고 있다” 등 강도 높은 비판 메시지를 쏟아냈다.

미 언론은 정치 현안, 정확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편향된 정치관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전직 대통령들의 발언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ㆍACA), 기후변화 등 정책 이슈에 관해서만 이따금 의견을 피력해 왔다. 부시 전 대통령도 2009년 민주당 소속인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자리를 넘겨준 뒤에도 현실 정치에서 발을 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식 정치가 직전 전임자들을 정치 세계에 다시 발을 들여놓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공보담당을 지낸 제니퍼 프사키는 “두 전직 대통령의 공통 주제는 미국민을 향한 ‘인간애와 공감’”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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