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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영화 범죄도시 속 괴물형사 마석도, 바로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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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경찰서 장영권 경감, 배우 마동석이 연기한 강력 형사 모델

부산CBS 송호재 기자

노컷뉴스

부산 사하경찰서 강력3팀장 장영권 경감. 장 경감은 최근 흥행몰이 중인 영화 '범죄도시'에서 배우 마동석이 연기한 괴물형사 '마석도'의 모델이 된 인물이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폭력조직을 소탕하는 경찰의 활약을 그린 영화 '범죄 도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배우 마동석이 연기한 영화 속 주인공의 모델이 된 실제 경찰관이 부산에서 근무 중인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폭력 조직 소탕 작전

2007년 중국 흑사파 소탕 작전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범죄 도시'

영화에서 배우 마동석이 연기한 주인공 '마석도'는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 강력계 형사로 강렬한 액션을 선보이며 중국 조직폭력배들을 손쉽게 제압한다.

카리스마 있는 영화 속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 여전히 부산에서 근무 중이다.

그 주인공은 부산 사하경찰서 강력3팀장 장영권 경감

장 경감에게서 직접 들은 흑사파 소탕 작전은 영화만큼 극적이었다.

당시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중국 동포 60여 명으로 구성된 흑사파 등 폭력조직은 각종 잔혹한 폭력을 행사하며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가리봉동에 살던 장 경감은 주민들이 고통받은 모습을 보다 못해 폭력조직을 소탕하기로 마음먹었다.

"제가 가리봉동에서만 30년 가까이 살았습니다. 가족처럼 지내던 주민들이 언제부턴가 중국에서 건너온 조직폭력배들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도 강력 사건이 급증하기 시작해 수사를 결심했습니다"

국내 폭력조직은 꿰뚫고 있는 장 경감이었지만, 접한 적이 없는 중국 출신 폭력배들은 이름이나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데다 범행 수법도 잔인해 수사가 쉽지 않았다.

"당시 중국 출신 조직폭력배들은 평소 2~3명이 한 조를 이뤄 지역을 관리하다가 상대 조직과 충돌 등 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모여들기 시작해 불과 5분 만에 60~70여 명으로 불어났습니다. 폭력 수법도 잔인해 대낮부터 각종 흉기를 휘두르는가 하면 경찰까지 위협했지요. 실제로 목격한 폭력은 영화보다 더 심했습니다"

장 경감이 조폭 소탕에 나서자 고통받던 인근 주민과 상인들이 각종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내사에 착수하자 주민들도 하나둘 협조하기 시작해 어떤 주민은 조직원의 사진을 찍어 제공하고, 어떤 주민은 인상착의와 출몰장소를 구체적으로 제보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만큼 극적이었죠"

6개월 넘게 내사를 벌인 끝에 정보를 확보한 장 경감은 구로구 일대에서 일제 검거 작전을 벌였다.

결국, 장 경감은 폭력배 25명을 검거해 그중 7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거세게 저항하는 흑사파 우두머리들을 격투 끝에 제압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저는 몸무게 100㎏이 넘는 거구였고, 유도와 태권도, 합기도 등을 연마했기 때문에 완력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습니다. 폭력조직이 흉기를 들고 저항했지만, 제압할 수 있었지요"

이 사건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던 중국 출신 조직폭력배들은 사실상 종적을 감췄다.

또 지문인식 등 외국인에 대한 입국 검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유도선수에서 강력계 형사로…영화 같은 '전설'의 삶

학창시절 유도를 시작해 전국체전까지 나갔던 장 경감이지만,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면서 임시 교사생활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우여곡절을 겪던 장 경감은 1991년 특채로 경찰에 입문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한 장 경감은 흑사파 소탕 작전 외에도 탈주범 신창원 검거, 연쇄살인범 유영철 검거 등 굵직한 강력사건을 도맡아 왔다.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한 장 경감은 이 같은 실력을 인정받아 특진만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다.

장 경감이 경찰 조직 내에서도 '전설'로 불리는 이유다.

승승장구하던 장 경감은 2011년 돌연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왔다.

갑작스러운 노모의 병환 소식 때문이었다.

주위의 만류도 있었지만, 장 경감은 부모를 모시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해 30년 넘는 서울 생활을 정리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일과 성공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가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동료를 비롯한 주변인들 모두 만류했지만, 부모님을 모시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 부산으로 내려오기로 했지요"

화려한 수식어와 관심보다 마지막까지 경찰로서 역할을 다 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장 경감은 지금도 후배들과 함께 현장을 누비고 있다.

"경찰은 국민의 세금을 받는 공무원입니다. 경찰의 임무는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지요. 마지막까지 국민 안전을 위해 본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형사로서 프로 의식을 가지고 부산시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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