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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가을야구도 난타전, 타고투저 중장기적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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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두산 베어스 박건우가 18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2017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NC 다이노스와의 2차전에서 1회 이재학을 상대로 선제 솔로 홈런을 쳐낸 뒤 그라운드를 돌고있다. 2017.10.18.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타고투저 흐름이 포스트시즌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에이스 투수간의 1점차 승부보다는 빅이닝이 반복되는 난타전이 꾸준히 펼쳐진다. NC와 롯데의 준플레이오프(준PO) 1, 2차전을 제외하면 타자가 투수를 압도하는 경기의 연속이다. 두산과 NC의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선 양 팀 총합 52안타 10홈런이 터졌다.

아무리 타고투저가 대세라 해도 포스트시즌까지 이럴 것이라 예상하기는 힘들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포스트시즌에선 에이스 투수가 타자를 제압했기 때문이다. 2016 포스트시즌 14경기 중 한 팀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경우는 전무했다. 하지만 올해 8경기 중 한 팀이 10득점 이상을 올린 경우가 세 차례, 9득점도 두 차례나 된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가 나와도 호투를 장담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제구가 흔들리거나 구위가 떨어지면 타자들은 무자비하게 배트를 휘둘러 투수를 무너뜨린다.

물론 다득점 경기를 무조건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예측할 수 없는 화끈한 타격전도 야구의 묘미다. 문제는 이러한 타고투저 현상이 한국야구의 수준저하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선동열 대표팀 전임감독은 “타고투저의 원인은 타자의 성장도 있지만 그보다는 투수의 기량저하가 크다고 본다. 최근 미국과 일본을 보면 시속 150㎞를 던지는 투수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140㎞ 중반만 던져도 강속구 투수로 꼽힌다. 야구는 결국 투수에 따라가게 돼있다. 그런데 투수가 정체돼 있으니 타자는 투수를 앞질러 가는 것이다. 투수가 발전하면 타자가 따라잡는 그림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선 감독의 지적은 최근 대표팀 경기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 타자들은 상대 투수의 변형 패스트볼을 공략하지 못하고 1라운드 통과에 실패했다. 마이너리그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한 이스라엘에게 고배를 마시며 자국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허무하게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KBO리그서 3할 타율을 기록한 40명의 타자들이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KBO 심판위원회는 시즌 개막에 앞서 스트라이크존 조정을 발표했다. KBO리그와 국제무대 스트라이크존이 차이가 있음을 인지하고 스크라이크존의 상하좌우를 폭넓게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스트라이크존 조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즌 초반에는 투수들이 수정된 스트라이크존을 이용하며 타자들에게 우위를 점하는 듯했으나 얼마지나지 않아 스트라이크존은 지난해로 돌아갔다. 타자들이 다시 살아났고 2017시즌도 타자들이 투수들을 압도했다. 올시즌 후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논의가 다시 한 번 있을 확률이 높은 가운데 한 번 결정된 사안을 우직하게 밀고 가는 심판위원회의 뚝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트라이크존 조정 외에도 투수가 성장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 투수들의 체격은 커지는데 기량은 향상되지 않는지 고민해야할 시점이 됐다. 선 감독은 “유소년 선수들이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이 있다. 일정부터 잘못됐다. 3월부터 경기에 들어간다. 너무 일찍 추운 날씨에 경기에 들어가니 별도의 체력훈련을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집을 지으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하는데 기초가 튼튼하지 않다. 겨울에도 기술훈련을 하는데 겨울에는 체력훈련을 해야 한다.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요즘에는 중고등학생이 해외 전지훈련을 간다. 예전에는 학교들이 동창회 기금으로 야구부를 운용했는데 요즘에는 학부모 기금으로 운용한다. 이렇게 큰 부담을 짊어진 채 해외에 갈 필요는 없다. 겨울에는 국내에서 체력훈련 위주로 하는 게 낫다. 따뜻해지고 나서 기술훈련에 들어가면 된다. 아마추어가 프로와 똑같이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김응용 회장은 이르면 오는 겨울부터 중고교 야구부의 해외전지 훈련을 전면금지 시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0년 동안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외에 리그를 지배한 토종 특급에이스가 없는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야구계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뚜렷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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