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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일본 압박에 손든 유네스코, 위안부 기록물 ‘등재’ 막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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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 세계기록유산의 등재 여부 심사에 당사국 간 사전협의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는 일본의 ‘압박성’ 요구를 수용, 결국 심사제도를 변경했다. 새 심사제도가 24일로 예정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심사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이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를 강력하게 막아왔다는 점에서 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프랑스 파리에서 18일(현지시간) 열린 유네스코 집행위원회에서 세계기록유산 심사제도 개혁에 관한 결의안이 채택됐다고 19일 보도했다. 결의안의 핵심은 세계기록유산의 정치적 이용을 피하기 위해 당사자(국) 사이에 사실관계나 역사인식이 다른 안건의 경우 상호 대화를 촉구하고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심사를 보류하겠다는 것이다. 또 세계기록유산 사업에 관한 정치적인 긴장을 회피할 것을 사무국장 등에게 요구한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겼다. 유네스코 일본위원회 관계자는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내년 봄 집행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키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사실상 제도 변경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중국이 ‘난징대학살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자 강력하게 반발했고 2015년 등재가 확정되자 “중국의 일방적 주장에 따른 것으로 진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이후 유네스코 분담금 지불을 거부하고, 세계기록유산 제도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심사방법 개선을 요구해왔다. 유네스코의 이번 심사제도 개편은 결국 일본의 분담금 지불 거부를 내세운 재정적 압박에 유네스코가 손을 든 모양새다.

새 심사제도는 내년 봄 이후 신청 대상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한·중·일 등 8개국의 시민단체가 연대해 지난해 5월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새 심사제도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 심사는 24일부터 4일간 파리에서 열리는 제13차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회의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분담금 지불을 보류하는 등 일본의 지속적인 압박이 심사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네스코 예산의 22%를 분담해온 최대 후원국인 미국이 지난 12일 유네스코를 탈퇴하면서 두번째로 많은 분담금(9.7%)을 내는 일본의 입김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분담금 34억8000만엔의 지급도 보류 중이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일본군 위안부 자료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경우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탈퇴를 본격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위안부 자료의 등재를 막기 위해 분담금 지급 보류는 물론 탈퇴 카드로 유네스코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최근 “위안부 자료는 유네스코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동향을 주시하면서 주장할 것은 주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2015년엔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나가사키현 ‘하시마섬’(군함도)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한·일 간 외교전이 벌어졌으나 결국 일본의 의지대로 등재됐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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