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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생활 중계, 남에겐 피곤…SNS에서 “TMI”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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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지 않은 소식 유통에

누리꾼들, 공유 거절 메시지

일부선 놀이문화로 활용도

회사원 김영은씨(28·가명)는 모바일 메신저로 자신의 사생활을 생중계하는 직장 동료가 너무 성가시다. 김씨는 “동료가 퇴근 후에 한 소모임 활동을 업무 시간에 메신저로 일일이 이야기한다”면서 “결혼식에 입고 갈 옷을 골라달라며 사진을 여러 장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료가 자기 애견 사진을 매일같이 보여주는 바람에 김씨는 남의 집 강아지의 세세한 버릇까지 알아버렸다. 김씨는 “회사 업무로 바쁜 시간에 사생활 이야기를 계속 듣는 것이 너무 피곤해 동료에게 그만 말하라는 의미로 ‘TMI’라고 답해버렸다”고 했다.

직장인 이진영씨(27·가명)는 점심시간마다 짜증이 난다. 상사가 식사 자리에서 본인의 가정불화에 대해 지나치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굳이 상사의 유쾌하지 않은 사생활까지 깊게 알고 싶지 않다”면서도 “상사 앞이라 ‘TMI’라는 말은 차마 못했다”고 했다.

‘TMI’는 ‘너무 과한 정보(Too Much Information)’의 줄임말로 누군가에 대한 지나치게 상세하거나 사적인 정보를 뜻하지 않게 알게 되었을 때 사용하는 단어다.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일상생활에서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자신의 화장실 습관이나 망가진 인간관계 등에 대해 이야기할 때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으니 그만하라는 의미로 “TMI”를 외치는 식이다. 북미에서는 오래전부터 누군가가 자신의 세세한 정보를 공유했을 때 이를 지적하는 인터넷 용어로 쓰이고 있다.

한국에서 ‘TMI’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진 않았다.

지난 8월 한 누리꾼이 정치인 등 유명인들에 대한 지나치게 사적인 정보를 망라한 ‘TMI 모음’을 공유하면서부터로 알려져 있다.

해당 글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월19일 본인의 생일에 결혼했는데 공교롭게도 그날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의 별자리는 처녀자리, 탄생화는 로즈마리, 탄생석은 사파이어다’ 등의 정보가 나열됐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원하지도 않는 정보”라는 반응이 쏟아졌고 이후 ‘TMI’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TMI’가 일부에서는 놀이문화로도 활용된다.

SNS에서는 ‘#나에_대한_쓸데없는_정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타인이 굳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자기만의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게시물이 줄을 잇고 있다. “생선뼈 발라내기를 좋아해 남이 생선구이를 시켜도 뼈를 발라주고 싶은 욕망에 시달린다”, “중학교 3학년 때 산 티셔츠를 대학교 3학년 때까지 입었고 지금도 옷장에 있다” 등의 내용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사생활 정보가 범람하는 과잉연결 시대에 어떻게 정보를 선별해야 하는지 가리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껴 ‘TMI’를 외치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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