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밀착카메라] 상인들 부담만…전통시장 지원의 '역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JT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앵커]

대형마트에 밀려난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사업에 지난 5년 동안 1조 7000억 원의 예산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매출은 여전하고 상인들 임대료 부담만 불어난 곳이 대부분 입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으로 이 시장에는 이렇게 눈과 비를 막아주는 지붕이 설치돼 있고요. 또 가게마다 귀여운 캐릭터 간판도 설치되어 있는데요. 하지만 상인들은 마냥 즐겁지는 않다고 하는데 어떤 이유인지 지금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오가는 사람은 많지만, 손에 든 봉투는 많지 않습니다. 문을 닫은 가게도 눈에 띕니다.

[시장 상인 : 머리털 나고 오늘 같은 장사는 처음 봤다. 오늘 하나도 안 팔고 놀았다니까. 나 오늘 고추 한 개 팔았다…]

매출은 늘지 않는데 점포 임대료는 오른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시장 상인 : 사람이 많으니까 장사 잘되는 줄 알고 임대료 올리려 그러고, 저희 같은 경우도 40만원 올려달라고(해서) 가게 접으려 했어요.]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전통시장 경쟁력을 위해 1조 7000억 원을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매출은 4%가 오르는 데 그친 반면, 보증금과 월세는 10% 넘게 올랐습니다. 시설이 개선됐기 때문입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있는 서울 망원시장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망원시장 상인 : 젊은이들이 컵에다 (음식)넣어 먹고 바글바글 해. 근데 솔직히 이런덴 별로 안 와. 남 보기에는 사람이 많으니까 가게 주인들은 뭣도 모르고 다 잘되는 줄 알고 집세를 자꾸 올리려고 하잖아.]

몇몇 인기 업종에만 사람이 몰릴 뿐 다른 업종 매출은 늘지 않았다는 겁니다.

상인들은 시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인 지원을 문제로 꼽습니다.

고객들에게 시장 정보를 제공하고 상인들에게 정보화 교육을 하겠다고 만든 ICT카페가 대표적입니다.

73억을 들여 전국의 270여 개 시장에 만든 ICT 카페 앞에 와 봤습니다. 보시다시피 평일 낮인데도 불은 완전히 꺼져있고요. 문은 굳게 잠겨 있습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사실상 상인회 사무실로 쓰이기도 합니다.

[상인회 관계자 : 공짜로 준다는데, 그래서 (집기를) 받긴 받았는데 개인적으로 봤을 땐 낭비가 있습니다.]

쇼핑카트와 배송서비스 등 대형마트 따라하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시장에서 장을 볼 때 무거운 짐을 좀 더 쉽게 나르라며 이렇게 쇼핑카트까지 비치해놨습니다. 대형마트에서 주로 쓰는 건데요. 이를 직접 끌고 시장 안을 다녀보겠습니다.

작은 길로 진입하자 사람들과 부딪히고 가게에 들어갈 떄는 길에 둔 카트가 신경쓰입니다.

사용하는 사람은 없고, 50여 대는 방치된 채 자물쇠까지 채워져 사실상 쓰레기 투기장이 됐습니다.

지원금을 받아 대부분의 시장에서 운영하는 전화 '장보기 서비스'도 이용해봤습니다.

친절하지만, 불편함이 따릅니다.

[배송 콜센터 직원 : 일단 생선 가격을 물어볼까요? (갈치) 사진을 제가 찍었거든요? (카드는 되나요?) 카드 단말기를 구비하고 있는 게 없어요.]

정찰제, 단위별 판매 등 기본 시스템이 대형마트와 달라 사라진 곳이 많고, 남아있는 곳도 자생력은 없습니다.

[배송 도우미 : 우리는 지원 나온 거니까. 이익 창출할 것 같으면 배송료 왕창 올려야죠.]

전통시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막상 편의성이 아닌 다른 요소를 꼽습니다.

[정해순/서울 용문동 : 재밌어요. 거기는 어떻게 돼 있나 가격은 어느 정도 하나. 많이 다녀봐요. 여기저기.]

[윤우식/서울 독산동 : 편하게 술도 이렇게 길에서 빨대 하나 꽂아서 들고 같이 먹으면서 근무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도 풀고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원은 계속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시장에선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단순히 시설만 현대화할 것이 아니라, 각 시장에 맞는 특화된 아이디어가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이병구·박대권, 영상편집 : 임인수, 인턴기자 : 박상현)

구혜진 기자

JTBC, JTBC Content Hub Co., Ltd.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JTBC Content Hub Co., Ltd.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