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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인구절벽' 내몰린 韓·日…저출산·고령화 '처방전' 함께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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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문화권에 경제도 ‘닮은꼴’ / 인구 감소 중인 日서 더 적극적 / 청년층 빈곤·육아 등 문제 진단 / 노인 증가 대책안 정보도 교류 / 日 “韓 무상보육 앞서간다” 평가 / 韓 “日 집중적 정책집행 배워야”

세계일보

“좋은 정책을 실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젊은이들이 출산이나 육아에 대한 부담을 더 빨리 낮출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빨리 시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마쓰야마 마사지 일본 1억총활약상이 1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일 인구장관회의를 열고 저출산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세계적으로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각한 한국과 일본이 장관급 차원에서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국가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절박한 이슈다. 박 장관은 “양국은 동일한 문화권 국가로 가족가치관뿐만 아니라 경제발달 양상도 비슷하다”며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고착화하는 상황에 대해 공동 대응의 필요성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는 일본이 더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쓰야마 1억총활약상은 “양국이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포괄적으로 공조해 나갈 것”이라며 “동아시아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어 함께 추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플랫폼 및 협의기구는 양국이 실무 차원 협의를 통해 구체화한 뒤 중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동아시아권 차원으로 규모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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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복지장관·日 1억총활약상 회견 마쓰야마 마사지 일본 1억총활약상(왼쪽)과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일 인구장관회의를 마친 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양국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우리나라에 앞서 인구구조 변화를 겪고 있는 일본은 2008년부터 전체 인구 감소 국면을 맞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진행되면서 2005년 1.26이었던 합계출산율은 2015년 1.46으로 소폭 완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출생아 수가 약 98만명을 기록, 역대 최초로 100만명 선이 무너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구 1억명을 유지하고 1억명의 활발한 경제활동 사회를 지향하겠다는 의미에서 ‘1억총활약’ 전담 장관까지 임명하고 지난해 ‘1억총활약 플랜’까지 발표했지만 저출산 추세를 막지는 못한 셈이다.

우리나라는 일본 흐름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정부가 산아제한 정책을 편 뒤 1983년 인구대체율(인구구조가 현상태로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 2.06명에 도달한 뒤 지난해에는 세계 최저 수준인 1.17명으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에는 연간 출생아 수가 40만명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출산율 2명대에서 1명대로 떨어지기까지 50여년이 걸린 일본에 비해 우리는 17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급속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통계국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 속도도 우리나라가 가장 빠르다.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양국의 원인 진단은 큰 틀에서 비슷했다. 마쓰야마 1억총활약상은 일본 저출산 문제의 원인에 대해 △청년층의 경제적 불안정과 장시간 노동 △일·육아 양립의 어려움 △육아의 고립과 부담(여성의 독박육아 등) △과도한 교육비 부담 등을 꼽았다. 이로 인해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비혼자 규모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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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청년층을 대상으로 결혼과 출산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정부지원과 직장문화 개선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지방자치단체별로도 저출산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결혼희망자로 등록하면 교제 비용과 결혼 비용 등을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곳도 있다. 지난해 27%에 육박한 노인(65세 이상) 인구를 감안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직업훈련도 강화했다. 일본의 100세 이상 인구는 7만여명에 달한다.

마쓰야마 1억총활약상은 한국이 앞서가는 정책으로 ‘무상보육’을 택했다. 일본의 경우 보육원 입소난이 심각해 향후 3년간 32만명이 입소할 수 있도록 시설 확충에 힘쓰고 있다. 정부 지원 면에서도 만 3∼5세는 무상화가 이뤄졌지만 0∼3세와 5세 이후에 대해서는 저소득층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점을 고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현재 추진 중인 정책을 더 빨리 추진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결혼을 미루지 않고 첫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워주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일본의 ‘간결하고 집중적인 정책 집행’을 본받을 점으로 꼽았다. 그는 “우리 정부도 부처별로 많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산발적인 것보다 간결히 정리해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을 느낀 것이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그간 정부 안팎에서는 5년간 100조원이 넘는 저출산 예산을 쏟아붓고도 오히려 출산율이 뒷걸음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양국은 이번 첫 장관급 회의를 시작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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