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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필동정담] 동해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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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제수로기구(IHO)에서 발간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에 동해와 일본해 병기 여부를 결정하려던 지난 4월 모나코 총회 때 IHO는 한국과 일본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고 추가로 논의해 차기 총회에 보고토록 했다.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해달라는 한국의 요구에 현재처럼 일본해 단독 표기를 고수하려는 일본의 수비가 팽팽하자 일단 결정을 뒤로 미룬 것이다. S-23으로 불리는 바다와 해양의 경계라는 해도집은 1929년부터 발간됐고 일본해로 표기된 채 1953년 개정판 이후 그대로다. 일본 제국주의 지배를 받던 1923년부터 동해를 일본해로 등록했으니 나라 잃은 신세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인데 주권을 찾은 후에도 수정되지 못하고 있다.

동해는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동명왕편에 표현이 등장한 것을 보면 기원전 50년 이래 2000년 이상 써왔음을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414년 세워진 광개토대왕릉비에도 동해라는 명칭이 등장한다. 일본해에 붙은 일본이라는 국호는 8세기부터 사용됐다. 지명학자들은 해당 지역 주민들이 사용하는 이름을 붙이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인접한 관련국 간에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관련국이 사용하는 명칭을 병기하도록 하고 있다.

IHO 회의에는 정부 산하 해양조사원이 전면에서 업무를 담당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민간단체인 동해연구회의 활약이 컸다. 1994년 설립된 동해연구회는 IHO 총회 외에도 유엔지명표준화회의나 유엔지명전문가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하며 동해 지명 관련 홍보와 표기 확산을 위해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이기석 서울대 교수, 박노형 고려대 교수 등이 선구자처럼 나서 끌어왔고 현재는 주성재 경희대 교수에게 몫이 넘어가 있다. 지리학, 역사학, 법학, 국제관계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하고 있다. 동해연구회는 동해 표기 확산이라는 궁극의 목표를 위해 매년 지명과 바다 이름에 관한 국제세미나를 열고 있다. 올해도 이달 하순 독일 베를린에서 지명을 통한 평화와 정의의 달성이라는 주제를 걸고 10개국에서 40여 명의 전문가들이 모인다.

현대사회에서 국가 간 외교는 전문 외교관들의 손에만 맡겨져 있지 않다. 분야나 상황에 따라서는 민간에 의한 공공외교가 더 효과를 발휘한다. 동해 병기를 위한 외교가 딱 그렇다.

[윤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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