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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급진 이슬람 배우고 최전선으로…IS 어린이 포로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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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보도…어려서 사상 세뇌·기관총 배워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올해 4세인 라젬은 최근 자신의 이름을 알게 됐다. 이전까지 자신의 이름은 '굴람'(Ghulam·꼬마)인 줄로만 알았다. 3년 만에 만난 아버지와는 열흘째 말 한 마디 나누지 못했다. 모국어가 아닌, 자신을 납치한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의 언어가 더 익숙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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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벌이는 국제연합군이 최근 시리아 라카 탈환에 성공했다. 사진은 전투로 황폐해진 라카의 모습.©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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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동맹군이 IS 격퇴전에서 잇달아 승리하며 이라크·시리아의 주요 도시가 해방되고 있지만 전쟁포로들은 여전히 IS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NN은 18일(현지시간) 이 가운데 오랜 포로 생활 끝에 가족들과 재회에 성공한 어린이 포로 라젬과 마르완(11)의 이야기를 집중 보도했다. 두 아이는 IS의 세력이 정점을 찍던 2014년 8월 소수 종파인 야지디족 마을에서 납치됐다.

라젬은 당시 갓난아기였다. 이라크 북부 신자르주를 덮친 IS 대원들은 마을 남성 수천명을 살해하고 여성과 아이들을 데려갔다. 라젬은 야지디족 언어 대신 IS 대원들이 가르친 투르크멘어와 터키어를 배우며 자랐다.

라젬은 이후 IS 거점 도시 중 한 곳인 탈아파르로 팔려갔고, 이후 터키에서 구조됐다. 그는 자신의 첫 번째 '주인'이 좋았다면서도, 두 번째 주인에 대해선 말을 삼갔다. 대답 대신 이마에 난 흉터를 가리기 위해 머리카락을 잡아당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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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 시절 이슬람국가(IS)에 납치돼 3년 만에 구조된 라젬(4).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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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소년인 마르완은 무려 11번이나 팔려갔다. IS는 마르완에게 급진 이슬람을 가르쳤고 최전선에서 싸울 것을 명령했다. 마르완은 "로켓포(RPG)와 기관총·권총·수류탄 사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마르완은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 관계자가 몸값을 지불해 구조했다. 마르완의 아버지와 형제들은 여전히 붙잡혀 있다. 구조 작전을 펼친 압둘라흐 쉬렘은 "그들은 마르완을 하인, 최전방 병사로 썼다"며 "마르완이 죽던 공격을 받던 상관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완은 겉보기에 천진난만하지만 종종 두려움을 드러냈다.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차를 탈 때에도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냐"며 소리를 질렀다. 어머니와 관계자들은 몇 분간 마르완에게 '다른 곳으로 팔려가는 게 아니'라고 설득했다.

CNN은 중동 내 IS 세력이 약화했지만 포로들의 인신매매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KRG 납치구호사무소에 따르면 그 수는 3000명 이상으로,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다.

IS를 벗어날지라도 몸값을 노리는 밀수꾼들이 그들을 계속해서 사고 판다. 또다른 경제 구조가 자리 잡은 것이다. 한 관계자는 많은 아이들이 IS 또는 밀수꾼에게 수개월부터 수년간 붙잡힌다고 말했다. 현재 KRG는 수백만 달러를 야지디족 포로 구출을 위해 쓰고 있지만 몸값이 높아 절반 밖에 구출하지 못했다.

CNN은 또 "많은 포로들은 IS의 극단주의 이데올로기에 부응해 자신의 공동체를 싫어하도록 가르침을 받았다"며 "그러나 구조된다 해도 트라우마 치료나 상담을 받는 일이 드물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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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야지디 난민.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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