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중요할 때 먹통’…장식품으로 전락한 버스 블랙박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7일 현장체험학습 버스 사고 블랙박스 고장

사고·원인 조사 어려움 반복… 의무화 의견도

뉴스1

지난 17일 오후 3시40분께 경기 평택시 용이동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안성나들목 부근에서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오던 버스가 정차돼 있던 ‘사인카’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버스 기사가 숨지고 인솔 교사와 학생 등 1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제공)2017.10.17/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청주=뉴스1) 박태성 기자 = 터졌다 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버스 사고 가운데 상당수가 블랙박스 고장 등으로 조사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명확한 사고 조사·원인 규명과 이를 토대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만, 블랙박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번번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3시40분쯤 경기도 평택시 용이동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안성 나들목 부근에서 청주 한 초등학교 학생들을 태워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오던 버스가 정차돼 있던 사인카를 추돌했다.

이 버스에는 서울로 체험학습을 떠난 운전기사와 학생 7명, 교사 2명, 특수실무사 등 11명이 탑승해 있었다. 이 사고로 버스 운전기사가 숨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학생과 교사 등은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해 큰 화를 면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고인데, 원인 조사는 난항이다. 버스 운전기사가 숨진 데다 버스 블랙박스 고장으로 당시 상황을 살필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서다.

학교 관계자는 “당시 탑승 교사에게 들은 얘기로는 버스가 사고 직전까지 고속도로 버스 전용도로로 달리고 있었다. 사인카 충돌 직전까지 교사들은 별다른 특이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번 버스 사고처럼 블랙박스 문제로 사고원인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장기화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 6월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도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A군(11)이 시내버스에 치여 숨졌다. 사고 직후 버스기사는 현장을 그대로 벗어났다 1시간여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그런데 사고 경위를 밝혀줄 블랙박스 기록은 남아있지 않았다. 경찰이 디지털 포렌식 등 조사를 벌였으나 당시 블랙박스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

지난 2월22일 단양군 중앙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한 대학 고속버스 운전자 사망사고 역시 블랙박스 이상으로 원인 규명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사업용 버스(시내·시외·고속·전세버스) 사고는 2015년 222건, 2016년 171건, 올해 9월까지 146건이 발생했다. 3년간 539건의 사고로 모두 23명이 숨지고 1093명이 다쳤다.

사고 버스 중 상당수에서 관리소홀로 인한 고장 등 블랙박스가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사고 원인 규명이 늦어지면서 정확한 원인 파악을 토대로 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인명피해 등이 발생한 교통사고는 주변 CCTV와 목격자 진술, 블랙박스가 원인 파악과 경위 조사에 큰 역할을 한다”며 “블랙박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설치돼 있어도 고장이 나거나 작동하지 않았을 경우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버스 블랙박스 설치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사업용 버스의 블랙박스 설치는 법적 강제력이 없다. 설치를 의무화할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지자체 등에선 운수업체 버스 블랙박스 설치·관리·운영에도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운수업체에 전적으로 맡겨진 관리 사각지대에서 기기 고장 등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운수업체에서 각종 민원이나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버스 내 블랙박스를 설치하고 있다”며 “설치에 대한 법적 의무가 없다보니 이를 강제하거나 관리·감독할 근거는 없다”고 전했다.
ts_news@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