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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취재파일] 천차만별 예방접종 비용…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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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불고,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아야 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요즘 각 지역 카페마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에 관한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4가 백신을 어느 의원에서 맞아야 더 저렴한지 정보를 나누는 글이 압도적으로 많다. 65살 이상 어르신이나 생후 6~59개월 영유아는 국가 무료예방접종 대상이라 어디서 맞든 무료지만, 그 밖의 경우 예방접종 비용을 내야 한다. 예방접종은 비급여 항목이라 병·의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인플루엔자 백신의 경우 1년에 한 번 맞으면 된다지만, 초등학생 자녀 둘이 있는 가족을 기준으로 볼 때 예방접종 비용이 상당하다.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어느 제약사에서 만든 백신이냐에 따라 백신 공급가격은 다르지만, 요즘 동네 의원에서 4가 백신을 맞으려면 대개 30,000~40,000원을 내야 한다. 그런데 찾아보면 더 저렴하게 예방 접종할 수 있는 의원이 적지 않다. 20,000원으로 정해놓고 몇 명 이상 함께 가면 몇 천원씩 할인해주는 곳도 있고, 4가 백신을 15,000원에 놓아줘 입 소문이 난 병원도 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많게는 10만 원까지 차이 나다 보니, 불만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예방 접종하러 먼 길을 나서기도 한다.

똑 같은 4가 백신인데 병원에 내는 돈은 왜 제 각각일까? 병원에 내는 금액은 백신 가격과 예방주사를 놔주는 대가로 받는 비용, 이 두 가지를 합한 액수다. 백신 가격은 제약사마다 다르고, 구매 량이나 구매 시기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제약사가 백신 공급 가격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값은 알 수 없으나, 대표적인 4가 백신 중 하나는 10,000원대 초·중반에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예방주사를 놔주는 대가로 받는 비용은 몇천 원에서 20,000원대 후반까지 다양하게 형성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국가예방접종 비용을 토대로 어느 정도가 합리적인지 생각해보자. 인플루엔자 무료 접종의 경우, 정부는 접종 인원에 따라 의료기관에 접종비용을 지불한다. 백신 가격과는 별개인 이 비용을 ‘시행비’라고도 한다. 2017-2018 시즌의 경우 어린이 접종비용은 18,400원, 노인 접종비용은 14,230원으로 책정됐다. 주사 한 대 놔주는 것치고는 너무 비싸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지난 2014년 한국생산성본부가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예방접종비용 산정 방안 연구>를 보면, 상대가치에 의한 예방접종비용은 18,360~18,470원, 적정원가 분석에 의한 예방접종 비용은 21,361원으로 분석됐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적정원가 분석 항목을 살펴보면, 예방접종 비용에 어떤 비용이 포함되는지 알 수 있다. 1회용 주사기, 거즈, 알코올 같은 재료비와 의사와 간호사의 인건비, 예진표나 예방접종수첩 제작 비용, 백신전용냉장고 감가상각비 같은 백신 관리 비용도 포함된다. 물론 각종 공과금과 유지비, 임차료도 원가에 반영됐고, 당연히 이윤이 포함된다. 참고로 이 보고서에서 계산된 이윤은 1,942원이다. 예방접종을 1회 해봐야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1,942원의 이윤을 얻는다는 것인데, 실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시행비는 적정원가 분석에 의한 비용보다 3,000원 가량 낮게 책정됐으니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손해 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특히 노인 접종비용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의료기관의 반발은 당연하다. 질병관리본부도 예방접종과 유사한 의료 행위의 수가와 비교했을 때 시행비가 수가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단계적으로라도 현실화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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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소비자 입장에서는 주사 한 대 맞는데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예방접종이란 것이 그저 주사 한 대 맞는 게 아니다. 예진, 주사, 백신보관, 접종대상자 정보 입력, 이 각각의 행위가 모두 포함된 엄연한 의료 행위다. 예컨대 백신보관 같은 경우 백신 전용 냉장고를 갖추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일반적인 의약품 관리보다도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제약사 출고가에 몇 천 원만 더 받고 예방주사를 놓아주는 의료기관은 이런 비용 받기를 포기하고 출혈 경쟁하는 셈이다. 병원 입장에선 잠재적 고객이 될 수도 있는 예방접종 대상자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실제로 SNS 상에 올려둔 홍보물을 보여주면 예방접종 비용을 ‘할인’해 주는 의료기관도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아주 흔한 마케팅 방식이다. 대개 어느 병원에 갈 것인가를 가격이라는 잣대만으로 결정하진 않지만, 병원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의료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분명하다. 사람이 몰려 대기시간이 길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어떤 의료기관을 택하든, 이 두 가지만큼은 꼭 챙기자. 예방접종 전에 백신을 맞아도 되는 몸 상태인지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의사에게 예진을 받고, 접종 후 20~30분 가량 의료기관에 머물며 이상반응이 생기지 않는지 살피는 것. 예방접종이 우리 건강과 직결된 의료행위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남주현 기자 burnet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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