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신동빈이 면세점 특허 탈락 언급…잘 봐달란 뜻"

단독오찬서 실직문제 등 언급…"대통령에게 전달"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92억 뇌물 관련 82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7.10.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탈락과 관련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으로부터 '재검토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았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9일 열린 신 회장과 최순실씨(61)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안 전 수석은 "신 회장이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탈락에 따른 고용 문제가 있다는 정도의 얘기를 했었다"라고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소개로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안 전 수석에 따르면 소 위원장은 자신과의 오찬 자리에서 '면세점 특허 탈락에 따른 고용 승계 문제가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을 만나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했다고 안 전 수석은 밝혔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3월11일 배석자 없이 신 회장과 오찬을 가졌다. 검찰은 신 회장이 오찬을 위해 준비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당시 신 회장이 면세점 특허 재취득 실패와 관련해 대규모 실직·고용 문제 등 어려운 사정이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는가'라고 물었고, 안 전 수석은 "신 회장이 당시 특허 탈락에 따라 생기는 고용 문제가 있다는 정도로만 얘기했었다"고 답했다.

검찰이 이어 '신 회장이 면세점 재취득 실패와 관련한 어려움을 박 전 대통령에게 잘 말해 달라는 취지로 한 것이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이 그런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고 답했다. 다만 이같은 짐작이 당시에 그렇게 생각한 것인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안 전 수석은 신 회장과의 오찬 내용을 박근혜 전 대통령(65)에게 보고했다.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은 한 차례 단독면담이 무산된 신 회장과의 면담 자리를 조속히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라며 "이에 3일 뒤인 14일 월요일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이 단독면담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그룹과 관련한 '대통령 말씀자료'에는 '시내 면세점(롯데월드타워) 영업연장 및 제도개선 건의, 특허 상실, 투자비 매몰, 대규모 고용 불안, 단기적으로는 유관 정부부처 재량으로 월드타워점 영업연장 또는 신규 특허 발행, 장기적으로는 법 개정 통해 면세점 특허제에서 신청제로 변경'이라고 기재돼 있다.

이 말씀자료는 안 전 수석이 경제수석으로 재직하던 중 작성됐으며, 박 전 대통령이 신 회장과의 독대 자리에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은 또 "면세점 관련 대기업 독과점 규제에서 시작된 논의가 롯데와 SK의 탈락 이후 특허 갱신과 기간 연장, 서울시 면세점 추가 등으로 검토할 사안이 많아졌다"고 밝혀, 특혜가 사실상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건강상의 이유로 '자필'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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