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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Why 뉴스] 박근혜, 왜 갑자기 재판불출석 카드를 꺼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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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가 연일 톱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변호사 전원이 사임을 하더니 법정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어서 하는 얘기가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어서 구치소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MH라는 컨설팅 회사를 통해 외국언론(미국 CNN)에 '더럽고 차가운 독방에서 지내며 질병 치료도 제대로 못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더니 재판에 출석하지 못하겠다며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왜 갑자기 재판불출석 카드를 꺼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노컷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거냐?

= 그렇다. 박 전 대통령은 18일 "19일 재판에 나가지 않겠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사유서는 어제 오후 4시쯤 서울구치소에 제출했고 구치소에서는 곧바로 재판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사유서에서 "건강상 이유로 재판에 나가기 어렵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과 검찰측 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사유서는 자필로 자성됐으며 '건강상 이유로 재판에 나가기 어렵다는'는 아주 간단하게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구속이 연장되자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며 사실상 재판 보이콧 선언을 했을때 불출석이 예상됐었다.

▶ 건강검진에서는 특이 사항이 없었다고 하지 않았나?

= 그렇다. 서울성모병원에서 검진을 받았지만 특이사항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건강상 이유를 들고 나온건 제시할 사안이 그것 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측 국제법률팀을 맡고 있다는 MH그룹이 유엔인권위원에 제출할 문서 초안에 '더럽고 차가운 감방'과 '허리 통증과 무릎, 어깨 관절염 등 만성질환과 영양 부족 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데 그것과 같은 맥락이유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기 전 유영하 변호사를 접견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16일 사임한 이후에도 계속 서울구치소에서 박 전 대통령을 접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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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 전직 대통령이 갑자기 구치소 인권문제를 들고 나오더니 재판에도 안 나가겠다는 건 어떤 이유일까?

= 정말 궁금하다.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범털 중 범털이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황제수용생활'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구치소에서는 최상의 대접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인권침해를 받는거라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4천여명 모두 인권침해를 받는 것이다. 구치소가 호텔은 아니지 않나? 이재명 성남시장의 말처럼 "편한 데서 지내고 싶었으면 죄를 짓지 말던가" 했어야 한다.

그래서 왜 갑자기 이런 주장을 하고 나서는 것일까? 여러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취재해서 분석해봤다.

첫 번째는 정치망명을 꾀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국내에서 뿐만아니라 국제적인 논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친박세력이나 지지층 결집만으로는 국민여론을 뒤집기가 어려우니까 국제적으로 폭을 넓혀서 무언가 꾀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CBS 구용회 선임기자가 며칠 전 사정당국 관계자를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 망명'을 도모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자신을 '정치범 개념'을 가져 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 뿐만아니라 법조계에서도 그런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중견법조인은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정치범'인 것처럼 몰고가서 국제적 논란을 일으켜 결국은 망명을 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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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H그룹 홈페이지 캡처)


▶ 그렇다면 MH그룹의 문제제기가 박 전 대통령의 의뢰라는 얘기냐?

=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MH그룹은 박 전 대통령 측의 국제법률팀을 맡고 있다는데 박 전 대통령의 의뢰로 그렇게 한 것인지는 확인이 안 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이라면 통로는 유일하게 구치소에서 접견을 하는 유영하 변호사인데 유 변호사는 MH그룹에 대해 모른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한 법조인은 "MH그룹의 문제제기가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내 박 전 대통령 지지세력들이 자의적으로 한 것인지는 확인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내 이른바 '태극기세력'들이 의뢰한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두 번째는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정치재판'으로 끌고가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MH그룹의 구치소 인권침해 문제제기는 돌발적으로 나왔다기 보다는 공교롭지만 변호사 전원사임과 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발언 이후에 나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재판불출석 카드를 꺼냈다.

이런 일련의 행위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범죄여부를 가리는 '법률재판'이 아닌 정치보복을 다투는 '정치재판'으로 몰고가려는 의도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한 핵심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 커질수록 '정치보복'이니 '정치재판'이니 하는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지만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이후 한 번도 법률절차에 승복하거나 따른 적이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검찰수사를 받는다고 했다가 믿지 못한다고 했고, 특검 수사를 받겠다고 하다가 끝내 거부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심리에도 끝내 한 번도 출석하지 않고 파면됐다.

세 번째는 영화 <친구>에 나오는 배우 장동건의 마지막 대사 '마이 묵었다 아이가 고마해라'는 취지가 아닐까 하는 분석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7월 페이스북에 장동건의 대사를 인용해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 때는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를 생중계 할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있을 때였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기소된 뒤 처음으로 법정에서 입을 열었는데 "오늘은 구속기한 끝나는 날이었으나 재판부는 검찰 요청 받아들여 13일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검찰이 6개월 동안 수사하고 다시 법원은 6개월간 재판을 했는데 다시 구속 재판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6개월 구속됐으면 많이 한 것 아니냐? 그러니 이제는 그만 풀어달라는 취지라는 분석인 것이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구속 6개월 동안 일주일에 네 차례씩 재판을 받았으니 이제는 그만하라는 취지가 아닌가 보인다"라고 말했다.

네 번째는 1심 선고를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두 번째 정치재판으로 끌고가려는 의도와 비슷한 맥락인데 이미 1심이 선고된 공범들이 줄줄이 유죄가 선고됐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나 최순실씨, 정호성 전 비서관, 안종범 전 수석 등 핵심공범들에게 유죄가 선고된 만큼 중형선고를 피하기 어렵다는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되면 논란을 일으켜서 '정치재판'으로 몰고가기도 어렵고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유죄의 증거가 낱낱히 드러나면서 '정치보복의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 이미지가 커진다. 그래서 1심 선고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시간을 끌면서 논란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한 중견법조인은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국선변호인 선임을 하더라도 방대한 기록을 검토할려면 1달여 이상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국선변호인이 기록을 검토하고 재판에 관여할 때 다시 사선변호인을 선임해서 대응을 하는 방법으로 재판을 지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아마도 이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그런 목표를 포기하고 형이 확정되기 전에 조기 석방될 걸 목표로 하는, 이른바 '조기 출소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다섯 번째는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분석하는 대로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법정발언에서 "향후 재판은 재판부 뜻에 맡기겠다.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저를 믿고 지지하는 분들이있고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이어 MH그룹에서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소를 통해 논란일 계속 일으키면 자신의 지지층들이 더욱 결집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한 중견 법조인은 "박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논란이 지속적으로 이는 게 중요해 보인다"면서 "논란이 계속되면 현 정부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런 정치적인 발언을 하고나면 그 직후에는 지지층이 더 결집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게 그동안의 흐름이었다.

여섯 번째 '동정론'에 기댈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전직 대통령 중 이승만 전 대통령은 불법선거로 하야하고 망명길을 떠났다. 사법적인 단죄는 없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구속돼서 전두환 무기징역, 노태우 징역 17년이 최종 확정됐다. 그렇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이 퇴임직전 2년여만에 특별사면으로 석방했다.

그러니 박 전 대통령도 정치보복의 피해자인것처럼 논란을 일으켜서 자신도 사면을 받거나 1심 선고 전 조기에 출소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그런데 전여옥 전 의원이 '동정'에 대해 두 번 속지는 말아야 한다며 페이스북에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박근혜라는 정치인은 참 묘하게도 부모도 남편도 자식도 없는 '상실'과 '동정'의 대상이었죠. 그를 지지한 많은 이들은 '불쌍한 것'이라 말하며 가슴아파했습니다. 말 그대로 '동정'의 대상인 정치인이었지요"라면서 "그러나 지도자는 다릅니다. 지도자는 보통 사람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강인함과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뛰어난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만일 약하고 겁을 내고 무능하다면 그는 절대 지도자가 아닙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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