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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Oh!쎈 초점] 의드 잃은 '병원선', 동시간대 1위까지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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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유지혜 기자] 의학드라마란 장르로 동시간대 1위를 선점하던 ‘병원선’이 모호한 장르 혼합으로 혼란스러움을 유발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에서는 조직 보스의 수술을 감행하는 송은재(하지원 분)와 곽현(강민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보스의 수술을 위해 마약 밀매 조직은 병원선을 습격했다. 송은재는 보스의 수술을 하기로 했고, 이를 돕기 위해 곽현이 따라나섰다. 송은재는 위기의 순간에도 집중력을 발휘해 순조롭게 수술을 이어갔다. 보스의 혈관이 터지는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그는 곽현의 아버지에게 배운 ‘자가수혈’을 떠올리고 조직 일원들, 병원선 식구들에게 수혈을 받아 수술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조직은 사후 관리를 해줘야 할 것 같다며 송은재를 붙잡았고, 그 과정에서 해경이 도착해 총격전이 벌어졌다. 곽현은 배에 총을 맞았고, 그를 구하기 위해 송은재가 곽현의 수술을 직접 집도했다. 김재걸(이서원 분)과 최영은(왕지원 분)은 침착하게 수술에 몰두해 곽현을 살리려는 송은재의 집념을 보며 각자의 짝사랑을 포기했다.

수술을 마치고 깨어난 곽현은 “당신은 괜찮아요?”라며 송은재부터 걱정했다. 송은재는 그런 곽현을 바라보며 사랑을 깨닫고 눈물을 쏟아냈다.

주인공들의 사랑은 꽃길을 예고했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어리둥절이다. 갑자기 마약 밀매 조직이 배를 점거하고, 총성이 울려 퍼지고, 주인공들은 수술실에서 멜로를 찍는다. 과도하게 다양한 요소를 담은 탓에 드라마의 중심이 잘 잡히지 않는 인상까지 주게 됐다.

‘병원선’은 지난 8월30일 첫 방송을 한 후부터 꾸준히 동시간대 1위를 지켜왔다. 한국에서는 흥행보증수표로 볼리는 메디컬 드라마 장르와 하지원이란 명성의 덕을 많이 봤다.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을 때에도 ‘병원선’은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 추석 연휴 즈음부터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 1위를 잠시 내어주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간 0.5%포인트 내외로 근소한 차이를 보이던 두 드라마는 지난 18일 방송분에서 ‘당신이 잠든 사이’가 10%, ‘병원선’은 8.6%를 기록하며 격차가 벌어졌다. ‘병원선’이 1위를 빼앗긴 것이 분명해진 순간이었다. (모두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동안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큰 화제성에도 ‘병원선’이 밀리지 않은 이유는 다양한 시청자를 아우를 수 있는 메디컬 드라마란 장르적 요소 때문이었다. 하지만 ‘병원선’은 이제 메디컬드라마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다. 수술실에서 로맨스를 펼치고, 극적인 상황을 위해 조폭까지 끌어들였다.

의학드라마란 장르의 장점을 하나도 지키지 못한 ‘병원선’은 결국 1위를 지키지 못하게 됐다. 지금이라도 ‘병원선’이 로맨스 욕심을 버리고 그들이 초반에 내세웠던 ‘휴먼 메디컬 드라마’를 그려낸다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yjh0304@osen.co.kr

[사진] ‘병원선’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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