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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갈 곳 없는 성폭력 피해자①]17년 간 보호 사각지대 속 이영학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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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가정폭력 직접 신고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워
중랑구, 성폭력·가정폭력 상담소 한 곳도 없어
"이영학 아내, 학대순응증후군 겪어 신고 못 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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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이관주 기자] 14살 때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진 아내 고(故) 최모씨는 2003년 이모(14)양을 낳았다. 당시 이씨는 21살이었지만 최씨는 17살, 미성년자였다. 후원과 관련된 언론 인터뷰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최씨의 모습이 이씨와 함께 나오기도 했지만 최씨의 출산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최씨는 지속적으로 성폭행과 성매매, 가정폭력을 겪어 왔지만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 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중랑구청에 따르면 이씨와 최씨가 거주했던 서울시 중랑구에는 장애인 성폭력상담소를 제외하고 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가 한 군데도 없다. 투신 직전 최씨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이씨의 계부이자 시아버지인 A(59)씨에게 지난 2009년부터 8년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고소하는 것뿐이었다. 이마저도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기남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회장은 "가정폭력, 가정 내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 지가 불과 2~3년 전"이라면서 "몇 년 전 만해도 경찰에 신고를 해도 되는지, 가해자가 결국 보호자이기 때문에 돌아와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정확한 사회적 보호 체계들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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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삶 자체에 문제의식을 느끼거나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지 전혀 몰랐을 가능성도 있다.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의 경우 당사자가 신고를 하지 않으면 주변에서 먼저 알아차리기가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전문가는 성적인 학대가 이어진 가혹한 생활에도 최씨가 17년 간 이씨의 곁을 떠나지 못한 것은 '학대순응증후군' 때문으로 추정했다. 송혜련 충주YWCA 가정폭력상담소장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맞았을 때 공포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학대에 대항하지 못하고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최씨가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14살 때부터 이영학과 함께 살아온 최씨는 지지 세력이 남편 밖에 없기 때문에 남편의 학대가 잘못됐다고 판단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14살의 나이에 가족이 아닌 이씨와 함께 동거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당시 중학생 신분이었어야 할 최씨는 가출 등으로 인해 학교 밖, 가정 밖 청소년이었을 가능성이 높고 제대로 된 교육 과정을 마치지도 못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영학이 쓴 책 '어금니 아빠의 행복'에 보면 최씨의 엄마는 일찍 죽고 아빠의 폭력으로 가출한 상태였다고 한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중학생 이하 아동 청소년의 경우 그 아이가 먹거나 잘 곳이 없는 상태인 점을 이용해 성적으로 착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이 그런 공박의 상태인 것을 알고도 합의 하에 성 관계를 했다 하더라도 성인을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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