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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정당방위' 인정 예비신랑 "살인자 손가락질에 눈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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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김현정의 뉴스쇼

- 결혼 2개월 앞두고…기억 또렷해
- 예비신부 살해범과 격투, 정당방위인데
- 검찰 수사 계속돼 2년간 피의자 신분
- 일각서 '신랑이 신부 살해했다' 의혹까지
- "나도 피해자··차라리 내가 죽었더라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양석주 ('공릉동 살인사건' 피해자)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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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끔찍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휴가를 나온 한 군인이 새벽에 이 예비부부가 사는 집에 침입해서 예비 신부를 살해하고 범인 자신도 예비신랑과 격투를 하는 과정에서 숨진 겁니다. 예비신랑, 사랑하는 사람을 한순간에 잃은 것도 서러운데. 이날 범인을 살해했다는 것을 정당방위로 인정받기까지 2년 동안이나 살인자 낙인에 시달려야 했고요. 심지어 '신부를 살해한 것도 신랑 아니냐' 이런 오해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이 예비신랑의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불기소처분을 내립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야 마음놓고 심경을 토로할 수 있는 이런 상황이 된 거죠. 당사자 예비신랑 직접 만나봅니다. 양석주 씨 연결돼 있습니다. 나와 계세요?



◆ 양석주> 안녕하세요.

◇ 김현정> 최종적으로 그 불기소처분이 내려지던 날 기분이 어떠셨어요?

◆ 양석주> 알고 있었고요. 별로 기쁘지 않았어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별로 기쁘지 않았다?

◆ 양석주> 그러니까 이렇게밖에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최종적으로 재협상 취지의 불기소처분이 내려질 거를 저는 알고 있었어요.

◇ 김현정> 이렇게밖에 내려질 방법이 없다라는 걸 아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2년 동안이나 걸렸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이런 말씀.

◆ 양석주> 그렇죠. 계속 피해자, 가해자 두 신분을 유지한 채 있었어야 되니까요. 거기에 여론에 의해서 언론에 의해서 여론살인을 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 김현정> 피해자이자 가해자 두 가지 신분으로 2년 동안 사셨다 이런 말씀이세요?

◆ 양석주> 그렇죠. 네티즌이나 혹은 시청자들은 아시겠지만 2년에 걸쳐서 온갖 의혹들이 있었잖아요.

노컷뉴스

공릉동 살인사건의 피해자 양모(36)씨가 사건이 발생했던 자신의 집을 가리키고 있다.


◇ 김현정> 있었죠, 있었죠.

◆ 양석주> 그 사건들을 가지고 변호사들을 상담해 봤는데 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요. 이 사건 형사건 종결이 나야 사건을 맡을 수 있다, 맡아줄 수 있다라고. 방법이 없었던 거죠, 계속.

◇ 김현정> 지금 첫마디만 들어도 제가 울컥한 심정을 느낄 수가 있는데 그러면 좀 괴로운 기억이겠지만 그날 그 사건의 현장부터 하나하나 좀 짚어보죠. 2015년 9월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이미 함께 살고 계셨어요, 두 분이?

◆ 양석주> 이사할 때가 돼서 살림을 합쳤고요. 양가에서 상견례 끝났고 예식장 잡아놓은 상태면서 그날 마침 여자친구가 한복을 맞춘 날이었어요.

◇ 김현정> 그래서 더 또렷이 기억을 하고 계시군요. 휴가를 나온 군인인 장 모 상병. 새벽에 침입을 하던 그 순간도 지금 생생히 기억이 나십니까?

◆ 양석주> 네, 머릿속으로 수백 번, 수천 번 시뮬레이션 했어요.

◇ 김현정> 그렇죠.

◆ 양석주> 여자의 비명소리 그러니까 여자친구의 비명소리가 악악악악. 4번인가 5번을 들었어요.

◇ 김현정> 두 분은 다른 방에 주무시고 계셨던 거죠?

◆ 양석주> 그런데 그때 제가 생각하기로는 예전에 바퀴벌레가 얘 몸에 지나가서 얘가 비슷하게 비명을 지른적이 있어요.

◇ 김현정> 여자친구가.

◆ 양석주> 그래서 저는 생각하기에 그런 일인가 보다. 그래서 많이 놀랐을 것 같아 좀 다독여줘야 되겠다라는 생각으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일어나서 문을 열었죠. 문을 여니까 전방 4-5m 정도, 저쪽 방 문이 열려 있고 범행동작에서 느껴지는 게 무수히 많은 칼질이 있었겠구나라는 게 즉각적으로 느껴졌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그 살해현장도 목격을 하신 거군요?

◆ 양석주> 그때 저는 판단하기로 저 칼을 뺏지 않으면 당연히 죽는다라고 생각을 해서 칼을 뺏고 넘어졌어요.

◇ 김현정> 저 칼을 뺏지 않으면 내가 죽겠구나, 왜냐면 칼 뺏끼 전에 미리 한 번 공격을 당하셨거든요. 그래서 칼을 뺏은 거고, 격투가 격렬하게 벌어진 거고. 그 과정에서 범인이 숨진 거죠.

◆ 양석주> 그런데 옆에 여자친구가 없어요.

◇ 김현정> 안방에서 숨지는 걸 아까 봤는데 안방에 없어요, 여자친구가?

◆ 양석주> 그런데 뒤돌아서 보니까 여자친구가 제 방쪽으로 기어서 나와서 벽에 등을 기댄 채 앉아 있는 거예요. 눈을 감고.

◇ 김현정> 거기까지 그러면 나온 건가요, 그 몸으로?

◆ 양석주> 즉사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상처를 입고 나왔는데 저는 그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냐면 오빠 살리려고 여기까지 나왔나 싶어요. 발목 하나라도 잡으려고 그러려고 오빠라도 살리려고 나오지 않았나 그 생각을 했어요.

◇ 김현정>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듣는데. 그렇게 무참한 사건으로 예비신부도 잃고. 그런데 본인은 범인의 죽음에 대해서 이게 정당방위냐 아니냐를 두고 진실공방을 계속 벌여야 되는 상황. 이 사건 이후가 더 괴로우셨을 거 같아요.

◆ 양석주> 그냥 그대로 갔으면 아무래도 피해자 대우를 정당하게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저만 살아남았는데 그러면 당연히 여자친구 부모님한테 저는 죄인인 거예요.

◇ 김현정> 그렇죠.

◆ 양석주> 저는 정당방위를 주장하면 안 되죠. 그러면 양심이 없어 보이잖아요. 그래서 말을 안 하고 있었고 아꼈어요. 그런데 언론사에서는, 특정 언론사에서는 다른 식으로 방송이 나갔죠.

◇ 김현정> 그러니까 그 괴로운 상황에서 온갖 소문이 언론을 통해서 또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막 돌아다닐 때 이때 얼마나 괴로우셨어요?

◆ 양석주> 저는 그때 검찰이나 경찰한테 나중에 얘기를 한 적도 있는데 이런 식으로 피해자 관리하시면 안 된다고. 미국 같았으면 테러리스트 된다고 말을 했어요. 당시에 저는 그 집에서 살지도 못하고 경찰서 계속 조서 받으러 가야 되고 그래서 부모님이 지방에 계시는데 따로 방을 혼자 얻고 살림도 다 처분하고 컴퓨터랑 휴대폰은 압수품으로 뺏겼고요. 맨날 9년 동안 옆에 있던 여자친구는 없고. 혼자 방치돼 있는 거죠.

◇ 김현정> 연애를 9년 하셨군요.

◆ 양석주> 둘 다 연애 처음이었어요.

◇ 김현정> 9년 알던 여자친구는 없고.

◆ 양석주> 거기다가 여론살인은 당하고. 가해자 신분이라고 해가지고. 말은 불구속이라고 하면서 풀어놔줬다고 하면서, 우리가 너희한테 입힌 피해가 뭐가 있느냐라는 검사의 그런 말도 들었어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이에요?

◆ 양석주> 초반에 맡았던 검사가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너희한테 준 피해가 뭐가 있냐고. 재산피해를 입혔냐 뭘 했냐. 그러니까 감정적 피해 이런 거는 검찰 입장에서는 신경을 안 쓴다는 거죠. 피해자 구제가 우선인데 검찰은 제가 피해자 신분인 걸 알아요. 온전히 피해자 신분이라는 걸.

◇ 김현정> 검찰도 처음부터 그 부분은 공감하고 있었던 거군요. 이 사람은 정당방위다라는 걸?

◆ 양석주> 그렇죠.

◇ 김현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2년이나 지날 동안.

◆ 양석주> 문제는 제가 알고 있었다는 게 문제인 거예요. 저는 이렇게 결론이 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그쪽도 알고 저도 알고 그런데도 2년 동안 여론살인을 당하는 걸 그쪽도 아는데 끝내지 않고 묵인을 했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오죽하면 사건을 병합처리 말고 분리를 좀 해달라, 여자친구를 죽이는 사건은 이미 공소권 없음이니까 그거 종결시켜도 되지 않냐라는 식으로 말씀을 드렸어요, 제가.

◇ 김현정> 그 얘기는 여자친구를 장 상병이 아니라 신랑이 죽인 거 아니냐, 이런 의혹 나오는 게 너무 괴로워서, 너무 그게 괴로워서. 알겠습니다. 지금 들으시는 분들이 도대체 그 2년 사이에 시달렸다는 소문, 언론의 의혹. 뭐길래 이렇게까지 마음고생을 하셨나 궁금하실 거예요. 지금 제가 알고 있기로는 ‘예비부부하고 그 범인 장 모 상병이 아는 사이였다’ 이런 소문도 있었고. ‘사실은 범인이 장 상병이 아니고 예비신랑이다. 예비신랑이 장 상병과 예비신부를 다 살해한 거다’ 이런 의혹도 나왔었고.

◆ 양석주> 그 의혹들은 인터넷에서 여러 소설들이 있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졌고 명예훼손 걸릴까 봐.

◇ 김현정> 그렇죠. 또 있었습니까, 이거 말고?

◆ 양석주> 검찰 처분 결과 나오고도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죠.

◇ 김현정> 의혹이 일파만파 계속 퍼진데는 어떤 방송보도의 영향이 있다,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왜 제대로 취재가 안 되고 보도가 된 걸까요?

◆ 양석주> 검찰, 경찰 아무도 얘기 안 해 주지, 저희쪽 아무도 얘기 안 해 주지. 그러니까 어느 한쪽, 일방의 말만 듣고 소설을 쓰기도 한 거예요. 방송날짜가 잡혀 있었다고 그들이 저를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몰래카메라지만 그걸 따갈 때 말했고요.

◇ 김현정> 그러면 그렇게 방송에서 의혹보도가 나간 후에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까? 눈초리, 바라보는 눈초리가 많이 달라졌습니까, 여론이?

◆ 양석주> 사건이 재미있어졌겠죠. 검찰, 경찰들은 다 장 상병을 범인으로 몰아세우고 있었는데 언론사가 일종의 특종을 잡은 거죠.

◇ 김현정> 아니라고 하니까. 아닐 수도 있다라는 게 나오니까.

◆ 양석주> 원래 사건보다 더 커진 사건이다 보니까.

◇ 김현정> 더 커진 사건.

◆ 양석주> 지인한테 문자가 왔어요.

◇ 김현정> 뭐라고요?

◆ 양석주> 예전에 저 일했던 곳의 점장인데 네가 범인이지 않냐 그런 문자가 오더라고요.

◇ 김현정> 네가 범인 아니냐? 네가 예비신부 죽인 범인 아니냐? 그때는 정말 어떠셨어요.

◆ 양석주> 테러리스트가 되고도 남는다니까요. 묻지 마 살인을 당했는데 제가 피해자 대우를 받아도 성치 않을 판국에 이런 식의 여론살인을 하는데 방법은 없어요. 왜 괜히 살아서 이 치욕을 겪어야 하느냐. 매일 울면서 술먹으면서 경찰 팀장님 괴롭히고 툭하면 낮술 먹고 검찰에 전화 걸어서. 아니, 피해자가 검찰에 전화 걸어서 따져요. 너네 빨리 안 끝내냐고. 그러면 어쩔 줄 몰라해요.

◇ 김현정> 어쩔 줄 몰라해요? 위에서는 자꾸 보강하라 그러는데 어떻게 하냐, 어떻게 하냐 이 소리만 오고.

◆ 양석주> 그러니까 범죄피해구조센터라는 게 있어요. 그 센터가 있는 게 피해자 구제가 우선이라서 일단 사법적인 그런 절차보다 긴급하게 생계비도 지원해 주고 이것저것 해 주는 부조금 지급도 먼저 하고 가해자한테 나중에 부상건을 청구하는 제도들이 있는데 그것도 다 스톱된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금 마음이 많이 아픈데 지금 생계를 2년 동안 그 상황에서 어떻게 꾸리셨어요?

◆ 양석주> 검찰이 바로 끝내준다, 바로 끝내준다 이래서 일을 못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왜냐하면 검찰이 끝내주자마자 해야 될 일들이 많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계속 쉬게 됐고 1년 정도 쉬었어요. 매일 술 먹고 울고.

◇ 김현정> 매일 술 먹을 울고? 어디 아프신 데는 없으세요? 건강도 상하셨겠는데요.

◆ 양석주> 모르겠어요. 살아는 있는 것 같아요. 다시 일을 한 지는 한 1년 정도 됐고요.

◇ 김현정> 여러분, 공릉동 살인사건. 그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예비신랑 양석주 씨. 지금 실명으로 인터뷰에 처음 나섰습니다. 2년 만에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내려졌지만 그 2년 동안 갖은 소문과 의혹. 특히 언론이 만들어낸 그런 의혹으로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던 그 이야기를 지금 들었습니다. 이거 참 어떻게 위로를 해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위로가 적절할지도 모르겠고요. 앞으로 어떻게 대응을 준비하고 계세요?

◆ 양석주> (오해를 부른 방송에 대해서) 형사고발, 민사고발 고소 둘 다 진행할 거고요. 변호사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이 생길 거다. 왜냐, 형사건에서는 끽해야 벌금 200-300 나올 거래요. 그런데 법에는 그렇게 적혀져 있거든요. 허위사실을 적시해서 명예훼손하면 징역 7년까지도 할 수 있다고요. 물론 어떻게 나올지는 검사님이나 판사님들이 알아서 판단하시겠지만 200-300 이러니까 계속 이렇게 되는 거 아닙니까?

◇ 김현정>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니까. 알겠습니다. 힘내시고요. 이게 아직 끝이 아니라고 하니까 끝까지 관심 가지고 지켜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어려운 상황들을 다시 이렇게 상기하는 인터뷰 괴로우셨을 텐데 잘 전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 양석주>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공릉동 살인사건. 얼마 전 검찰이 2년 만에 불기소처분 냈습니다. 거기의 피해자죠. 예비신랑 양석주 씨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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