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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안타깝다"...봅슬레이대표팀 감독이 고개 숙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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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평창=뉴시스】추상철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기자간담회가 열린 18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이용 총감독이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2017.10.18. scch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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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 요즘 흔들리시는 것 같다. 올림픽 메달만 보고 앞만 보고 달렸는데 좀 더 힘내주셨으면 좋겠다."

18일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봅슬레이대표팀의 간판 파일럿(조종수) 원윤종(32·강원도청)은 이날 열린 미디어데이가 끝나기 전, 직접 마이크를 잡고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옆에 있던 이용(39)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을 향한 말이었다. 원윤종은 "2010년 대표팀 세대교체가 이뤄진 후 7년간 달려왔다. 감독님이 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중심을 잘 잡아줘서 달려올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흔들리시는 것 같아 걱정된다. 좀 더 힘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던 이 감독은 쑥쓰러운 듯 모자를 벗고 고개를 잠시 숙였다. 이어 스켈레톤대표팀 미디어데이를 진행한 뒤, 이 감독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작심했던 말을 쏟아냈다. "요즘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잘 못 잔다"고 말문을 연 그는 "평창올림픽이 얼마 안 남았는데 지도자나 선수도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대회는 코앞인데 사실 대표팀 분위기가 좋은 편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감독은 "최근 국가대표 선발전이 잘못됐다, 비리가 있다, 감독 선임에 문제가 있다, 일부 선수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다. 7년간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던 종목이 이제 메달 종목으로, 유망 종목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주위에 계신 분들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지적할 때마다 회의를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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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고쳐쓰는 이용 감독 (평창=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18일 오전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국가대표팀 기자회견에서 이용 감독이 모자를 고쳐쓰고 있다. 2017.10.18 yangdoo@yna.co.kr/2017-10-18 14:53:32/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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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이 언급한 '문제'는 최근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의 국가대표 선발 방식과 운영 등에 대해 지적하는 시선이었다. 썰매계 내 일부에선 "국가대표선발전을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이고 공개적인 방법으로 치러야 한다고 수차례 건의했지만, 연맹은 수년째 선수 선발전을 치르지 않았다. 국가대표 선발전 없이 기존 국가대표들이 자동 선발되는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맹 측은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대표 선발 과정을 매년 협의했다. 편파적으로 대표를 선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문제 등으로 기존 연맹을 맡고 있던 오창희 회장이 지난달 중순 사의를 표했다. 연맹은 20일 회장 보궐선거를 치를 계획이지만 일부에서 선거의 공정성에 대해 지적하면서 법원에 선거 중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이 감독은 일부에서 제기하는 연맹의 운영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감독은 "연맹이 파행적으로 운영된 것은 아니다. 2011년에는 선수도 장비도 없었다. 현재 연맹은 오로지 선수들을 위해서 장비를 사 주고, 선수 육성에 노력했고, 어렵게 지금까지 왔다"면서 "외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연맹이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민원을 넣으면서 대표팀도 피해를 입고 있다. 오는 23일 월드컵 대회를 위해 출국하는데 비행기 티켓, 훈련 비용, 장비 확보 등 여러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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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감독 &#34;평창에 모든 것 쏟아붓겠다&#34; (평창=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18일 오전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국가대표팀 기자회견에서 이용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10.18 yangdoo@yna.co.kr/2017-10-18 14:24:10/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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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모두가 손을 잡고 움직여야 하는 때다. 평창올림픽이 끝나고 민원을 제기해도 늦지 않는데, 왜 꼭 이 시점에 그러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스팔트에서 시작한 나라가 이제 세계에서 1, 2위가 됐다. 아스팔트에서 훈련하던 선수들이, 얼음도 없는 국가에서 기적같은 일을 만들어냈다. 선수들이 노력한 결과가 결실을 맺을 단계에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힘을 하나로 모아 밀어주고, 끌어줘도 메달을 딸까말까 한 상황이다. 하지만 봅슬레이, 스켈레톤 종목에 관여되신 분들이 그런 주장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한 이 감독은 "동계올림픽 역사상 첫 썰매 종목 메달을 꼭 딸 수 있도록 응원과 관심 바란다. 국민 모두 환호할 수 있고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부탁드리겠다"며 큰 목소리로 호소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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