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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 허현준 전 행정관 “보수단체에 빡빡”한 전경련 직원 전보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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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근혜 청와대서 ‘화이트리스트’ 주도

2015년 ‘한국대학생포럼’ 담당자가

무리한 요구에 전화 몇차례 안받자

정관주 당시 비서관 통해 전보 요구



한겨레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화이트 리스트’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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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에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의 시위 지원 등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업무를 주도한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이 보수단체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직원을 강제전보시킨 사실이 검찰 조사로 드러났다. 허 전 행정관은 보수단체를 동원한 ‘관제데모’가 국정운영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전경련 관계자 진술과 관련 자료 등을 근거로 허 전 행정관의 ‘갑질’이 청와대를 등에 업은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보고 있다.

보수단체 자금유용 사실 드러나자
전경련에 “그대로 덮을 것” 지시도
검찰 ‘낙선운동 단체 지원’ 진술 확보
허씨는 영장심사 출석해 혐의 부인


18일 검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경련 사회공헌팀 소속 직원 김아무개씨는 2015년께 한국대학생포럼의 사업신청 등을 담당하고 있었으며, 포럼 쪽의 무리한 요구에 곤혹스러워하던 상황이었다. 허 전 행정관은 김씨가 자신이 관리하던 포럼 쪽의 전화를 몇 차례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사 조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한다. 허 전 행정관은 “전경련 실무자가 한국대학생포럼 상대로 빡빡하게 해서 불만이 많다”고 ‘윗선’에 보고했고, 이에 당시 정관주 국민소통비서관이 직접 박아무개 전경련 전무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며 인사 조처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김씨는 사회공헌팀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배치됐고, 담당 실무자는 바뀌었다. 검찰은 전경련 관계자 등의 진술을 통해 이런 사실을 파악했다.

한국대학생포럼은 박근혜 정부 시절 어버이연합 등과 함께 보수대연합에 이름을 올리며 정부를 지지하고 야당을 비판하는 활동을 벌였다. 이 단체 부회장인 여명씨는 2014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허 전 행정관은 “대기업을 동원한 보수단체 지원은 처벌의 대상이 아니란 입장”이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보수단체인 ‘월드피스자유연합’이 당시 야당 의원 28명의 낙선운동을 벌인 데 관여한 혐의(공직선거법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와 관련해서도 “영장청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허 전 행정관이 이 단체로부터 낙선운동을 보고받은 전자우편뿐 아니라 지난해 총선 전후에 집중적으로 전경련 직원에게 추가 지원을 압박했다는 전경련 관계자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허 전 행정관은 전경련 직원 권아무개씨에게 “월드피스자유연합이 연말에 ‘4대 개혁’과 관련해 할 일이 많으니, 자금 신청이 오는 대로 받아주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허 전 행정관은 자신이 관리하는 보수단체가 전경련이 지원한 자금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이를 덮으라고 지시한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전경련이 돈을 지원한 보수단체의 자금사용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월드피스자유연합의 안아무개 대표가 일부 돈을 유용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문제 삼으려고 하자, 허 전 행정관이 “그대로 덮을 것”을 지시했다는 게 검찰의 조사 내용이다. 또 다른 보수단체인 ‘스토리케이’가 본래 목적과 달리 돈을 사용한 사실과 관련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막았고, 결국 전경련은 이후에도 계속 이 단체에 돈을 지원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화이트리스트 사건의 본질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가 권력을 이용해 특정 단체에 나랏돈을 지원하거나 사기업을 압박해 돈을 지원하도록 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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