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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4강 대사, 아무나 보내도 되는 자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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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前유엔총장, 작심 쓴소리

"주재국 언어도 영어도 잘 모르는 경험없는 非외교관 기용해서야"

전작권 전환 추진에도 우려 표명

조선일보

반기문〈사진〉 전 유엔 사무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주변 4강 대사 인사에 대해 "외교관은 아무나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인사"라며 "미국처럼 국력이 뒷받침되는 강대국은 부동산 업자가 대사로 나가는 경우도 있고, 그래도 아무 문제가 될 게 없지만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고 말한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6일 한국안보문제연구소가 주최한 비공개 강연에서 문재인 정부의 4강 대사 인선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고 참석자들이 이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조윤제 주미, 노영민 주중, 이수훈 주일, 우윤근 주러 대사 등 한반도 주변 4강 대사에 대선 캠프 출신이거나 정치인 출신인 비(非)외교관 인사들을 기용했다. 조 주미 대사는 서강대 교수를 지낸 경제학자이고, 노 주중 대사는 3선 의원 출신으로 문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조직본부장을 지냈다. 이 주일 대사는 경남대 북한대학원교수를 거쳐 현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 외교·안보분과 위원장을 지냈다. 우 주러 대사는 3선 의원과 국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우리나라 대사는 영어나 현지어 가운데 하나는 반드시 할 줄 알아야 하고, 현지어를 하더라도 주재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영어 능력이 필요하다"며 "영어도 현지어도 안 되면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 정부는 외교부 개혁의 하나로 대사·총영사 등 재외공관장의 30%를 비외교관 출신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주요국 대사들도 정치인 등 비외교관을 임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이날 강연에서 현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임기 내 전환 입장에 대해서도 "(북한 핵·미사일 위기인) 현 시점에서 전작권 전환 추진은 시기적으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군이 (다른 국가 사령관이 지휘하는)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에 돈은 내도, 자국 병사는 단 한 명도 보내지 않는 이유가 있다"는 말도 했다. 정부는 한국군 주도의 미래사령부(가칭)를 만들면서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군사·미국 전문가들은 "지휘권을 우리가 가질 경우 전통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휘를 받지 않는 미국이 현 한미연합사 체제와 같은 수준의 대규모 병력을 그 밑에 배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반 전 총장 발언도 이 같은 맥락이었다.

이와 함께 반 전 총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친 언사는 나도 반대하지만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대한 결기를 보일 때는 강하게 보여줄 필요도 있다"면서 "안보 문제에서 국론이 분열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마당에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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