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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유승민 "국민의당과 통합 논의 이어지면 한국당서 동참자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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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몇 명 자르는 게 보수 혁신인가

홍준표 체제와 통합은 흡수에 불과

안철수 나와 경제·민생 생각 비슷

안보 어정쩡, 호남 눈치 보는 건 문제

“할 수 있는 게 없다” 는 문 대통령

군통수권자가 절대 해선 안 될 얘기

어디 가서 사진 찍는 것 하지 말고

북핵 위기, 미국과 대화 전력 다해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인터뷰
중앙일보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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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18일 당내 통합파의 탈당 움직임으로 인한 정계개편 가능성과 관련,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간에 통합 논의가 이어지면 자유한국당에서도 동참할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에서 본래 제가 생각하는 개혁보수에 동참하고자 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상태대로 한국당에 남아 있으면 그저 (당이) 극우화가 되기 때문에 나오려는 것”이라며 “다만 지금까지 계기가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11월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할 예정인 유 의원은 당내 ‘자강파’의 핵심이다. 하지만 당내 통합파는 자유한국당으로의 복당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친박 청산’을 내걸고 거침없이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20일께 당 대표 주도로 윤리위를 소집해 박근혜 전 대통령 뿐 아니라 친박계 서청원ㆍ최경환 의원에 대한 출당을 논의할 방침이다. 바른정당 통합파를 끌어들이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유 의원은 이날 홍 대표의 행보와 관련, “친박 몇 명 잘라내는 게 보수 혁신인가. 자유한국당 현 지도부가 (기득권을) 다 내려놓는 게 통합 논의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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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의원.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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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당내 통합파의 자유한국당 복귀가 조만간 이뤄질 전망인데.

A : 통합파가 아니라 탈당파라고 하자. 그분들과 추석 연휴 때부터 일대일로 대화를 해왔다. 두세 번 만난 분도 있다. 통합파가 내세우는 명분은 내년 지방선거와 문재인 정부 견제, 이 두 가지다. 우선 지방선거, 의석수가 많다고 선거 이기는 게 아니다. 탈당파 몇 명이 돌아간다고 자유한국당의 본질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보수가 철저하게 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아직 못 보여주었는데 지지도가 올라가겠나. 둘째 현 정부 견제도 지금 집권 세력이 가장 아파하는 안보와 경제 분야에 대해 정확하게 지적해야 하지 않겠나. 지금은 보수의 반성과 환골탈태가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서 홍준표 대표로 지도부만 달라졌을 뿐이다.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정치 보복’만 외치고 있지 않나.”




Q : 국민의당과 통합 논의가 오가고 있지만 보수의 통합이란 측면에선 한국당과의 통합이 먼저란 보수 쪽의 지적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당이 어떻게 바뀌어야 통합이 가능할까.

A : 두 가지다. 첫째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 안보는 튼튼히 강조하지만 사회ㆍ복지 등 민생 분야는 열려 있어야 한다. 지금 자유한국당은 극우화돼 있다. ‘가짜 보수’에 매달리고 있을 뿐이다. 그걸 깨야 한다. 둘째는 지도부가 모든 걸 다 내려놓아야 한다. 당 대 당 통합을 하겠다면 백지 위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나. 현 홍준표 체제를 그대로 두면서 당을 합친다는 건 통합이 아니라 흡수다. 기어들어가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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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일 TV토론에 참석한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왼쪽)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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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한국당도 '친박 청산'을 하고 있는데 그것만으론 부족한가.

A : 저만큼 '친박 청산'을 말하지 않은 사람도 없을 거다. 현재의 친박 청산은 정치적 희생양 찾기에 불과하다. 또 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력이 시퍼렇게 살아있을 때도 저항했던 사람이다. 반면에 홍 대표는 대선 기간에 박 전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만한 표를 얻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와서 내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겠다는 거 아닌가. 지금 박 전 대통령은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분이다. 그런 분을 다시 내보내겠다고 하는 게 바로 부관참시다.




Q :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치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국민의당 내부 여론조사가 나왔는데.

A : 국민의당 안에서도 개혁보수라는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같은 안보 상황에서 과거 햇볕정책을 버리고 강한 안보를 지지하겠다고 하면, 또한 특정 지역에만 기대는 지역주의를 과감히 떨쳐내겠다고 한다면 그런 분들과 통합 논의를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 원칙은 분명하다. 개혁보수라는 가치에 동의하는 이라면 자유한국당이든, 국민의당이든 가리지 않고 열려 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건 이 원칙을 지키면서 통합 논의를 해야지 그저 선거 앞두고 숫자 올리는 방법이나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급할 생각도 없고 서두를 생각도 없다.




Q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한국당과 국민의당 중 어디랑 손을 잡겠는가.

A : 우리 스스로 지지도를 높일 의지를 다져야지 어디랑 손 잡을 생각부터 하면 되겠나. 그건 아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는 개혁보수 정당엔 자유한국당에서도 동참하겠다는 이들이 상당수 있어 왔다. 그들은 한국당이 현 상태로 머물면 극우정당일 뿐이란 생각이 강한 이들이었다. 지금까지 나오지 못한 건 특별한 계기가 없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 논의를 한다면 (한국당에서도) 동참할 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당에 자극제가 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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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 &#39;선거제도 개편의 바람직한 방향&#39; 토론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오른쪽)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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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안철수 대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 안 대표와 깊은 대화를 해보지는 않았다. 평소 인상이나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받았던 느낌은 굉장히 진지한 분이다, 그리고 표리부동하거나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은 아니라는 인상은 강했다. 특히 중부담 중복지, 혁신성장 등 경제나 민생 쪽엔 생각이 많이 비슷했다. 다만 여전히 안보에 대해선 여전히 어쩡쩡한 입장인 것 같아 그 부분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또한 호남 눈치를 과감히 떨칠 수 있는지도 확인하고 싶다. 나 역시 영남지역당에만 머무르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Q :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넘었다. 평가하자면.

A : 최근 북핵 위기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을 토로했다. 지도자로서, 국군 통수권자로서 절대 발언해선 안 될 얘기다. 전쟁을 원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현 사태를 촉발시킨 건 북한이지만, 북한은 통제 불능이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다. 미국 역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건 맞다. 하지만 대화는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무력감을 토로할 게 아니라, 운전자석에 앉겠다고 과신할 게 아니라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하는 거다. 그래야 최소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우발적 행동을 제어할 수 있지 않겠나. 속으로는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자유롭게 연락하고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를 보라. 문 대통령은 여기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어디 가서 사진 찍고 그런 거 하지 말고, 모든 이슈를 동등하게 간주하지 말고 미국과의 대화 구축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전쟁 불안 해소보다 더 중대한 게 현재 무엇이 있는가. 문재인 정부는 가장 집중해야 될 분야를 소홀히 하면서 최저임금·부동산 등에 충격적 조치로 임기 초반의 골든타임을 사실상 놓친 셈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북핵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경제도 걷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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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의원.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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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이나 대구·경북(TK) 출마를 거론하는데.

A : 지방선거 출마 생각은 전혀 없다. 제가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4선째 하고 있는데, 그걸 버리고 서울로 올라온다? 그렇게 정치 안 했다. 지금 바른정당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의 재선을 돕는 일이다. 그것에 당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지, 제 출마 여부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최민우ㆍ안효성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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