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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어쩐지 낯설지 않은 '대장 김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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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대장 김창수' 영화 리뷰

중앙일보

'대장 김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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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각본 이원태 | 출연 조진웅, 송승헌, 정만식, 정진영, 유승목, 신정근 | 촬영 홍재식 | 조명 김재근 | 미술 이내경 | 의상 김하경 | 분장 이정숙 | 무술 허명행, 최봉록 | 편집 김창주 | 음악 김형석, 류영민 | 장르 드라마 | 상영 시간 115분 | 등급 12세 관람가

★★☆

[매거진M] 조선 말 황해도 치하포. 청년 김창수(조진웅)는 일본인을 죽인 죄로 인천감옥소에 수감된다. 사형수로 의미 없는 나날을 보내던 김창수는 비참하고, 가엾기 그지없는 감옥 안 조선인들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는다. 곧 그는 억울한 사연을 가진 죄수들과 간수들의 소장(訴狀)을 대신 써 주고, 옥중 학교를 열어 글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일제에 기생하는 감옥소장 강형식(송승헌)의 악행에도 김창수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가진 게 없고 못 배웠다는 이유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조선인에게 그는 점차 희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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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35_대장 김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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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한 인물에 관한 영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이 된 백범 김구(1876~1949)의 본명이 바로 김창수다. 1896년 스물한 살의 나이로 일본인 쓰치다 조스케를 살해한 김창수는 사형수로 수감돼 있다, 1898년 감옥을 탈출해 도피 생활 중 김구로 개명하고 여생을 독립운동에 전념했다.

혈기 방장하던 청년 김창수는 어떻게 삶을 깨우치고 민족의 등불이 될 수 있었을까. ‘대장 김창수’는 흐릿한 역사로 남은 김구의 2년여 옥중 생활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그 답을 찾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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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대장 김창수&#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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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태 감독은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건져 올리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지금 세대에게 희망적인 판타지를 선사하고 싶다는 의지일 터. 모진 고문 속에서 김창수는 내내 외친다. “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냐, 해야 해서 하는 거지.” “몰라서 억울한 일 당하지 않도록 가르친 겁니다.”

하나 이 판타지의 무게가 김창수의 삶을 흐릿하게 만든다. ‘대장 김창수’는 단순한 영웅 서사를 취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주인공이 시련과 고뇌의 시간을 지나 분연히 민족 영웅으로 올라서는 이야기다. 동료고 악당이고 황제고 할 것 없이 주변 인물 모두는 김창수의 삶과만 인과관계가 작동하는 제한적 활용에 머무른다. 화면이나 음악도 김창수의 드라마를 고조하는 데 전념하는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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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대장 김창수&#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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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상궂은 죄수와 간수를 하나둘 깨우치고, 기지를 발휘해 옥중 잔치를 여는 등 감옥 안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쇼생크 탈출’(1994,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 같은 동종 소재 영화의 영향이 짙게 느껴진다. 관객은 김창수의 옥중 생활에 무지하지만, 어쩐지 영화는 전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평이하게 다듬어진 이 드라마 안에서 감추진 역사, 진짜 김구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조진웅의 흔들림 없는 연기, 신정근, 정규수 등 베테랑 조연들의 호연은 더없이 믿음직하고, 맛깔스럽다. 그러나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었던 영화.

TIP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를 연출한 이원태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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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쇼생크 탈출&#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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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박열&#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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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암살&#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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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 교도소 안에서의 우정과 희망 그리고 구원에 대하여.

‘박열’(6월 28일 개봉, 이준익 감독) 천둥벌거숭이에서 민족 영웅으로.

‘암살’(2015, 최동훈 감독) 암살단을 이끄는 지도자 김구. 얼굴 싱크로율은 비교 불가하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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