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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요즘 잘나가는 예능 스타 외국인 사람 친구 '외사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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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사람 친구’ 앞세운 프로 봇물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필두로

‘나의 외사친’‘내 방 안내서’ 뒤이어

남의 시선으로 재발견되는 우리 것

일상에서 새로움 찾는 재미 선사

중앙일보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의 친구들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통해 한국 여행에 나섰다. 이들은 한국의 음식과 역사, 문화를 체험하며 ‘타자의 눈에 비친 한국’을 보여준다. [사진 MBC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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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친’이 예능 프로그램의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10년 만에 MBC에브리원 최고 시청률(3.5%)을 기록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필두로 ‘외국인 사람 친구’를 앞세운 프로그램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15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나의 외사친’, 파일럿으로 첫선을 보인 SBS ‘내 방 안내서’, 다음 달 방송을 앞둔 올리브 ‘서울메이트’ 등이다.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나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처럼 ‘외사친’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는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숱하게 선보인 여행 예능을 다르게 보이도록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어서와~’에서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다니엘 린데만(독일) 등 국내에서 예능 패널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출연자의 친구들이 한국을 찾는 모습은 새롭고도 낯설다. 화장실에 설치된 비데를 보고 놀라거나 도심 속 조계사를 찾아 힐링하는 모습은 예상치 못한 재미를 선사한다.

‘어서와~’의 문상돈 PD는 “국적이나 성별·연령에 따라 같은 장소를 방문해도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더라”며 “우리는 흔히 자연과 도시를 구분해서 여행하는 반면, 이들 외국인들은 서울에서 등산을 한다거나 같은 명동을 가도 관심사에 따라 주요 쇼핑지가 되거나 그냥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 되는 것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어서와~’는 유료채널 제작 프로그램이지만 이례적으로 MBC 화요일 오후 11시에 편성되기도 했다. 장기 파업 여파로 제작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화제성 높은 계열사 프로그램을 전진 배치한 것이다.

이는 우리의 여행 패턴 변화와도 맞물린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패키지·자유여행 등으로 변모해온 여행은 이제는 ‘머무르기’를 넘어 ‘살아보기’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박물관이나 유적지보다는 동네 사람만 아는 맛집이나 미용실 같은 정보가 더 중요해졌다. ‘내 방 안내서’가 홈 익스체인지를 통해 방문하는 게스트를 위해 박나래·손연재·혜민스님·박신양이 직접 자기가 사는 동네를 그린 지도를 만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LA에서 온 DJ 스쿱 데빌과 살람 렉은 박나래의 망원동 지도를 보며 동네 어르신들과 고스톱을 치고, 박나래는 그들이 만든 지도를 토대로 LA에서 조깅을 하고 서핑을 배운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백시원 PD는 “2년 전 애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너무 막막한 마음에 덴마크와 핀란드로 휴가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나 또래 워킹맘 친구들을 소개해준 덕분에 보다 풍성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5일 오후 11시 ‘싱글와이프’ 후속으로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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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사친’을 통해 부탄을 찾은 개그맨 이수근의 큰 아들 태준(왼쪽)과 부탄 소년 도지왕축.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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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사친’과 ‘서울메이트’는 관계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나의 외사친’에서 두 아들과 함께 부탄을 찾은 이수근은 부탄 소년 도지왕축 가족 전체와 친구가 된다. ‘서울메이트’는 반대로 해외에서 사연 신청을 받아 김숙·장서희 등 한국 연예인 집에서 함께 하는 콘셉트다. 박상혁 PD는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인사동 ‘놀이똥산’이 외국인들에겐 핫 플레이스다. 서울에도 아직 못보여준 장소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시도는 타자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매개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일상을 벗어난 공간을 찾아 떠나던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타인의 일상에 들어가 여행을 하는 것과 동시에 공감대를 높이는 훈련을 간접체험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박기수 교수는 “한국 IT 기술이나 동서양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에 대해 우리 입으로 대단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재발견되고 그에 대한 칭찬을 듣는 것이 더욱 만족감이 크다. 외부에서 명명된 한류처럼 반대 방향의 인정투쟁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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