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엘리트가 의사·공무원 되겠다는 나라는 희망 없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패권의 비밀』 공저 김태유 교수

네덜란드·영국·미국의 성공 비결은

시대 흐름에 맞는 혁신 이뤘기 때문

국가 부가가치 높이는 건 청년의 몫

중앙일보

김태유 서울대 교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5분의 1 크기밖에 안되는 네덜란드가 17세기 세계 최대 해양강국으로 위세를 떨치고, 서유럽 북쪽 끝 변방의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이뤘던 비결이 뭘까. 김태유(66·사진)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시대 흐름에 맞는 혁명적 변화와 함께 경제와 전쟁의 선순환이 어우러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소장파 역사학자인 김대륜(44)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기초학부(역사) 교수와 함께 최근 펴낸 신간 『패권의 비밀』(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다. 두 저자는 책에서 세계 패권이 스페인-네덜란드-영국- 미국으로 이동한 과정을 추적했다.

중앙일보

패권의 비밀(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태유 교수는 “강대국 사이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한국에서 네덜란드와 영국의 사례는 교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16세기 대항해시대 ‘농업제국’으로 영화를 누렸던 스페인 제국은 시대 흐름에 맞는 변화를 꾀하지 못해 네덜란드에 패권을 내줘야 했다. 상인들이 세운 나라, 7개 도시의 연합체인 네덜란드는 도전적 기업가 정신이 넘치는 나라였다. 세계무역을 통해 부(富)를 쌓은 네덜란드는 스페인 제국과의 80년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17세기 세계를 주도했다. 소위 ‘상업혁명’이 네덜란드의 패권의 비결이었다. 하지만 이후 네덜란드도 변화의 흐름을 놓친다. 상업에 치우쳐 제조업 발전을 꾀하지 못했다.

패권의 씨앗은 영국으로 넘어간다. 영국은 네덜란드의 상업혁명 DNA에 과학기술을 더해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패권을 만들어 냈다. 영국의 패권은 다시 미국으로 넘어간다.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끈 영국 자본가들이 생산현장에서 땀 흘리기보다 기존 부에서 흘러나오는 금융소득에 안주하면서 모험정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과 과학기술·모험정신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으로 넘어간 미국 청교도들이 승계했다. 오늘날 초강대국이 된 미국의 패권의 비밀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김태유 교수는 “21세기 패권은 4차 산업혁명의 성공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성공의 비결로 요즘 흔히 언급되는 인공지능과 로봇·빅데이터 등 관련 과학기술을 최우선으로 꼽지 않는다. 대신 “혁신은 물론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공직사회가 우선 변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그의 또 다른 저서『정부의 유전자를 변화시켜라』는 이런 그의 주장을 체계적으로 담았다. 그는 또 “최고 엘리트 학생들이 의사나 공무원이 되겠다고 하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며 “이들이 국가단위의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는 혁신기술과 창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유 교수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경제학 석사와 자원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교수생활 전반기에는 1·2차 산업혁명의 동력인 석유·가스·전기 등 에너지 자원과 경제성장을 주로 연구했고, 교수 생활 후반기에 들어서서는 3·4차 산업혁명이라 할 수 있는 지식혁명의 동력인 기술과 경제성장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연구의 소재가 다양한 융합형 학자다.

김 교수는“학문적 관심이 다양해서가 아니라 산업혁명과 국가발전이라는 단 한 가지 주제에 평생 연구를 집중하기 위해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