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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락까 함락으로 숨어드는 IS…더 어려워진 ‘테러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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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IS 전사’ 자국 돌아가 활동 땐 통제 못할 ‘무기’

아시아까지 진출 영역 넓혀…세 키운 알카에다도 우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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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상징적 수도’ 시리아 락까는 함락됐지만 ‘테러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IS가 잘게 쪼개져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흩어지고 IS에 가담했던 수만명의 외국인 전사들이 유럽 등 자국으로 돌아오면 테러는 더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국제사회가 IS 격퇴에 힘을 쏟는 사이 또 다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는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세를 회복하고 있다.

시리아, 이라크를 기반으로 하던 IS는 지난 7월 이라크 모술에 이어 락까마저 내주면서 현재 시리아 데이르에조르와 이라크 안바르주 등 시리아-이라크 국경 부근에 남아 있다. IS 핵심 지도부는 이미 락까를 떠난 것으로 알려진다. 전투원 상당수는 이미 리비아 등 인근 근거지로 넘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보고서에서 “IS는 결국 중앙 지휘체계 없는 세포조직으로 재구성될 것”이라며 “물리적 영토를 잃었어도 온라인 선전 선동을 계속하면서 전보다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조직원을 포섭하고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IS가 이미 모술과 락까 함락에 대비해 자금을 쪼개 세계 곳곳 지부로 분산시키는 일을 계속해왔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위협은 자국으로 돌아올 외국인테러전사(FTF)들이다. 이슬람 극단주의에 동화돼 시리아, 이라크로 갔던 외국인 전투원의 규모는 100여개국 출신 3만명 정도로 파악된다. 테러를 목적으로 돌아온 경우도 있고 IS와 관계는 끊었지만 여전히 극단주의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다른 테러 조직에 언제든 가담할 수 있다. 이들이 돌아와 사람들의 일상에 침투하면 걸어다니는 무기가 된다.

유럽이 가장 위험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유럽 테러의 ‘거점’이 돼 버린 벨기에의 경우 당국은 벨기에인 275명이 여전히 이라크와 시리아에 남아 있고, 돌아온 사람은 123명으로 추정한다고 17일 밝혔다. 더구나 이제는 폭탄 같은 고전적 무기보다 칼이나 차량을 쓰는 ‘마이크로테러’의 시대다. 올해 일어난 영국 맨체스터 테러, 벨기에 브뤼셀 테러, 스페인 바르셀로나 테러 등은 공연장, 지하철, 시장, 대로변 등 그 어떤 곳도 테러현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18일 “IS라는 조직은 해체되고 사라질지 몰라도 그들이 품은 적대감과 이념은 해소되지 않았다”며 “국제 공조가 더 필요하지만 난민과 테러 때문에 국경을 높이고 자기 영역만 지키려고 한다면 고립된 격벽 안에서 기괴한 테러리스트 종자는 쑥쑥 자라게 된다”고 지적했다.

IS는 시리아·이라크에만 있지 않다. 리비아·파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예멘·소말리아 등에 지부나 연계단체들이 존재한다. 여학생 집단납치 사건으로 악명을 얻은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은 IS를 추종하는 대표적인 조직이다. IS는 미국이 힘을 빼는 사이 아프가니스탄에도 진출해 탈레반과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아시아는 IS의 새 근거지로 부상하고 있다. IS는 다국적 군대, 영토 장악, 정부 구성을 핵심으로 하는 모델을 아시아로 수출했다. 필리핀 마라위 사태가 단적인 예다. 필리핀 정부가 민다나오섬 마라위를 장악한 IS추종단체 아부샤아프와 마우테그룹을 상대로 5개월 동안 교전을 벌여 지도자를 사살하고 마라위를 ‘해방’시켰지만 마라위는 초토화되고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사살된 전투원 중에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는 물론 북아프리카, 중동, 북카프카즈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

디플로매트는 “IS의 모델은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등으로 수출돼 언제든 제2의 마라위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14년 IS가 국가를 선포한 후 동남아시아에서 IS를 지지해 이라크·시리아로 간 사람이 1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앙아시아는 외국인 전투원의 주요 공급지로 꼽힌다. 이주노동자 부모들이 두고 간 청년들은 실직과 좌절로 극단주의에 쉽게 휩쓸린다.

테러조직은 IS만이 아니다. 알카에다와 연계단체들은 IS가 세를 잃는 사이 차곡차곡 세를 쌓고 있다. 올해 3월 알카에다의 사하라지부는 북·서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분파들을 규합해 말리를 근거지로 누스라알이슬람(GSIM)을 결성했다. 아라비아반도알카에다(AQAP)는 내전으로 사실상 붕괴 상태인 예멘을 피난처로 삼고 있다. 이라크·시리아에서 넘어온 전투원들이 유입되면 세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인숙 기자 sook9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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