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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아·태 16개국 RCEP 협상, ‘다자간 FTA’ 조속타결 돌파구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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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4~28일 송도서 실무교섭 돌입

상품 등 16개 분야 추가개방 협상

정부 “타결 상당한 진전 목표”

미 탈퇴로 위축된 TPP 대안 부상

타결 주도땐 통상 위상 격상 기대

국제단체 “시민사회 의견 반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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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16개 참여국 대표들이 지난 9월1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5차 RCEP 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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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탈퇴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이 좌초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우리가 기존에 맺은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과의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대폭 확대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아르셉) 공식협상이 열리고 있다. 우리 정부가 “타결 직전 수준의 상당한 진전”을 목표로 내세운 가운데, 각국 시민사회단체들은 “농업·의약품·환경 등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각 분야에 걸쳐 시민사회 의견이 협상에 반영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베트남 등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인도·호주·뉴질랜드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아르셉 제20차 협상이 오는 24~28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다. 일부 협상분과는 이미 17일부터 실무급 교섭에 들어갔다. 이 협정은 다자국이 참여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으로, 2013년 5월 첫 협상이 개시된 이후 그동안 19차례 공식협상이 열렸다. 16개국은 그동안 2차례에 걸쳐 상품·서비스 품목별 관세철폐·감축 일정을 담은 양허안을 제출하는 등 실질적 시장접근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우리는 16개국 중 일본을 제외한 15개국과 양자 자유무역협정을 이미 체결하고 있다. 아르셉은 우리가 이미 에프티에이를 체결한 국가들을 상대로 상품·서비스·투자 등 각 분야에 걸쳐 상호 간에 큰 폭의 추가 개방 및 교역 자유화를 꾀하는 효과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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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상 주최국인 한국 정부 통상당국자는 “이번에 상품·서비스·투자·원산지·지식재산권 등 협정 전반에 걸쳐 ‘상당한 성과 도출’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며 “각 국이 이미 제시한 양허안 수준을 더 높이고 시장개방 범위·기준에 대한 핵심 쟁점 타결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16개국에 모두 적용되는 공통양허안 절충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맡아” 조속한 타결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오는 11월 ‘아세안+3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그에 앞서 이번에 상당한 수준의 진전을 이뤄내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목표다. 시장개방을 둘러싼 각국별 쟁점 타결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곧바로 16개국 전체 합의안을 만들고 세부내용은 나중에 점차 업그레이드한다는 방향으로, 협정 타결 가속화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협정은 총 18개가량의 챕터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지식재산권·위생검역·정부조달 등 무역규범 분야에서는 이미 2개 챕터가 타결됐다. 상품시장 추가 개방은 모든 참여국에 적용되는 ‘공통양허’를 원칙으로 한다. 정부 당국자는 “상품은 총품목의 90% 이상을 관세 양허하는 높은 수준의 개방을, 서비스 시장은 포지티브 개방 방식을 채택해 기존에 맺은 양자 에프티에이에 비해 추가 개방 효과가 예상되고 100여개 품목 이상의 서비스 개방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농산물, 중국은 공산품이 ‘민감 품목’ 중 하나이며, 일본은 큰 폭의 개방을 원하는 반면 인도는 낮은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 협정은 미국이 올해 초에 탈퇴하는 바람에 추진력이 크게 떨어진 티피피와 함께 같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타결 속도를 놓고 두 협정이 경쟁관계에 있었으나, 미국이 탈퇴하면서 아르셉에 상대적으로 속도감이 붙는 양상이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트럼프가 통상무역 질서에서 두 국가 간 양자주의로 돌아서면서 이에 맞서는 거대 다자간 협정으로서 아르셉의 의미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타결을 주도하면 전세계 통상체제에서 우리 위상이 한층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사회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아·태지역 55개 국제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성명을 내어 “16개국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농업·환경 등 각 협상분과에 시민사회의 주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 교환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에 참여하는 남희섭 변리사는 “우리가 미국에 상당히 양보한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모델로 우리 통상당국이 이번 협상에서 미국에 내줬던 양보안을 그대로 제시하면서 상대국 개방을 이끌어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일종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보다 확장된 개방전략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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