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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알아보니]페이스북, 국내 망 접속 끊었다 국감날 복구 ‘꼼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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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이용대가를 피하려고 국내 망 접속을 끊었던 페이스북이 국정감사 당일에 접속을 복구해 ‘면피성 조치’를 내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감 당일에는 페이스북코리아 박대성 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페북 ‘꼼수’? 국감에 부사장 출석하자 접속경로 복구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의 캐시서버에 접속하는 접속경로가 변경되면서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들이 접속이 안되는 등 불편을 겪었다. 방통위가 이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 여부가 있는지 사실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페이스북은 13일 국감 당일 페이스북 코리아 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하게 되자 지난해 말 임의로 변경한 접속경로(라우팅)을 복구했다. 국감 출석에 따른 면피성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페이스북이 임의로 접속경로를 변경해 국내 초고속인터넷 이용자에게 불편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의 일방적 라우팅 변경으로 인해 접속 지연이 발생하면서 국내 이용자 피해가 발생했다”며 “지난해 12월부터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가입자 민원이 132배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코리아는 KT IDC 센터에 캐시서버를 두고 운영하고 있는데, KT와는 계약이 제대로 진행됐다고 하지만 SKT(SK브로드밴드를 지칭)나 LG유플러스는 그렇지 못해서 라우터를 임의변경한 사실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페이스북은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다. 해외에 있는 페이스북 서버에 국내 이용자들이 접속하려면 국내와 해외의 인터넷망을 연결하는 접속경로를 지정해줘야 한다. 페이스북은 KT의 데이터센터에 캐시서버를 운영하고 있고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이 망을 통해 페이스북 서비스를 제공 받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트래픽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페이스북은 두 회사에도 캐시서버 설치를 요구하면서 추가적인 망 사용료는 내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가 매년 수백억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처럼 페이스북 역시 캐시서버에 대한 정당한 이용료를 내야한다고 하다가 페이스북이 일방적으로 SK브로드밴드 망을 통한 접속을 차단한 것이다.

페이스북이 동영상 라이브 서비스를 시작하고 동영상 중심으로 알고리즘을 바꾸면서 국내 페이스북 트래픽은 최근 4년새 10배 이상 늘었다. 국내 포털인 네이버의 5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국회에 나온 이방열 SK브로드밴드 기업사업부문장은 “페이스북 측의 라우팅 변경으로 가입자들에게 큰 피해가 발생해 결국 값비싼 국제회선(홍콩)용량을 증설, 소비자 불만을 현재 해결한 상태”라며 “하지만 이 같은 용량 증설은 임시방편이고, 페이스북 측의 트래픽 증가 속도가 가팔라 곧 증설된 용량에도 한계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그랬어요” 페북, 책임 떠넘기기까지

페이스북은 국감에서 접속경로 변경이 KT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박대성 페이스북코리아 부사장은 “KT와는 캐시서버 임대 계약을 통해 정당한 망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사용하고 있다”며 “지난해 상호접속고시가 변경되면서 KT가 접속경로를 변경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그때부터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별도로 계약 협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질의한 변재일 의원이 “KT 측의 요청으로 라우팅 변경을 했다는 얘기인가”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부사장은 “그렇다”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KT는 반발하고 있다. KT는 방통위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즉각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지, KT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들이 접속 장애가 생기면 통신사에 항의하는 것을 페북이 역이용하는 것”이라며 “통신사들의 경쟁 구도를 악이용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오는 31일 예정된 방통위 종합감사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

■국내 업체 역차별 논란…동영상·VR 트래픽 느는데 어쩌나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이 망 사업자에 트래픽 비용을 내고 있다. 결국 페이스북의 경우는 이와 비교해 ‘국내 업체 역차별’이라는 시각도 많다. SK브로드밴드 이용자들이 지난해 말 겪은 불편은 페이스북 같은 외국계 콘텐츠 사업자(CP)가 국내 인터넷망 업체와 망 비용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발생한 첫 이용자 피해 사례다.

경향신문

2011년 유튜브는 캐시 서버를 설치했다. 국제 회선을 타고 외국의 CP 서버를 접속하는 방식은 느리고 정체도 많기 때문에 한국에 캐시 서버를 설치하고 국내 회선을 통해 서비스하려는 것이었다. 캐시 서버는 한국 사용자가 많이 보는 동영상 콘텐츠를 미리 저장하는 전산 설비다. 캐시 서버는 한국 인터넷 회선을 쓰는 설비이기 때문에 트래픽 양에 따라 인터넷망 사업자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

그런데 유튜브는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망 사업자에 캐시 서버 없이 국제 회선으로 접속하면 막대한 국제 회선비를 내야 하는데 캐시 서버를 설치하면 망 사업자가 받는 혜택이 크니 망 비용은 감면해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페이스북은 이같은 유튜브 사례를 들어 망 비용을 내지 않겠다고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페이스북은 내년에 ‘페이스북 스페이스’라는 VR(가상현실)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도입되면 트래픽은 수 배 더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를 볼모로 잡다보니 통신사들은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프랑스에서는 망이용대가를 부담하지않고 망증설을 요구할 때 통신사가 거부할 수도 있다는 사례가 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질적인 사업장 개념을 바꿔 국내외 기업간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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