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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1위 위협받는 삼성 TV, 구조조정 통해 20~30인치대 손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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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떨어지는 HD·풀HD급 대폭 줄이고

60인치대 UHD급의 프리미엄 위주로 재편

LG와 '디스플레이 동맹'도 결실 없이 파국

LCD 화소수 기준 놓고 LGD와 신경전

'LG LCD로 만든 삼성전자 TV' 나오기 어려울 듯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삼성전자의 TV 사업부문이 '제품 구조조정'을 시작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8일 "가격으론 중저가형인 20~30인치대 제품, 해상도로는 HD나 풀(Full)HD 급 제품 생산을 대폭 줄여나가다 궁극적으로는 손을 떼는 방향으로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신 60인치 이상 UHD급 프리미엄 제품의 라인업을 크게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TV는 해상도에 따라 크게 3종류로 나뉜다. HD급은 약 100만 화소(해상도 1280x720), 풀HD급은 약 200만 화소(해상도 1920x1080), 흔히 4K급이라고 불리는 UHD는 약 800만 화소(해상도 3840 x 2160)에 해당한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TV 라인업을 재정비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수익성이다. 삼성의 TV 사업부문 영업 이익률은 중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 다 합치면 4%를 넘지 못한다. 경쟁사인 LG전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숫자다.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제외하면 중저가 제품은 수익에 도움이 거의 안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통업체와 공급 계약한 물량이 있어 당장 완전히 접지는 않겠지만 HD급과 풀HD급 제품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게 내부 공감대"라고 설명했다.

중저가 제품군에서 중국 업체가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중국산 40인치대 제품의 가격은 삼성 제품의 절반 이하이면서 품질 격차가 크지 않다.

더구나 글로벌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겠다는 삼성의 브랜드 전략에도 중저가 제품은 큰 도움이 안된다. 중저가 제품으로 중국산과 경쟁할 게 아니라, 수익이 많이 남고 고급 브랜드 유지가 가능한 프리미엄 제품에서 전선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글로벌 TV시장 비중도 수량(대수)으로는 HD 33%, 풀HD 34%, UHD 32%로 고르게 팔렸지만, 금액기준으로 따지면 HD 13%, FHD 27%, UHD 60%로 크게 벌어진다.

TV사업 전략이 새 국면을 맞으면서 올 하반기 시장에 나올 예정이던 'LG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LCD)로 만든 삼성전자 TV'의 생산 전망도 암울해졌다. 일본 샤프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에 LCD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일방 통보할 때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LCD는 공급 부족을 겪었다. 안정적인 납품처를 확보하려던 삼성전자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기술적으로 믿을 수 있는' LG디스플레이에 손을 내밀었다. 두 회사는 올 들어 LG 디스플레이의 LCD를 삼성전자 TV에 적용하기 위해 기술협력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LCD 가격이 하락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LCD 확보가 쉬워진데다 제품 라인업을 구조조정하면서 삼성전자의 LCD 수요가 크게 줄었다.

두 회사는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LG의 LCD를 받아보니, 삼성이 화소 수를 따지는 기준으로는 4K 제품으로 인정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소를 따질 때 삼성전자는 색상을 발하는 R(레드)·G(그린)·B(블루)를 합쳐 하나의 화소로 인정한다. 그런데 LG디스플레이는 흰색을 내기 위해 들어가는 W(화이트) 소자도 별도의 화소로 계산한다. 삼성전자는 "화소 수를 높여달라고 새롭게 주문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 측은 "삼성전자가 갈수록 까다롭게 스펙을 맞춰오라고 요구하며 시간만 끌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여기에 주력 프리미엄 TV인 올레드(OLED)와 QLED의 품질 비교를 놓고 두 회사가 대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오래 켜놓은 올레드 TV에서 '번인' 현상이 생긴다고 광고했다. 번인은 방송사 로고처럼 장시간 떠있는 자리에 자국이 지워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OLED에는 이같은 문제가 있지만 QLED에는 번인이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올레드를 주력으로 판매한 일본의 소니 제품에서는 이같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번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적용해 일반적인 시청환경에서는 번인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니의 올레드 TV도 LG의 디스플레이를 쓰고 있지만 번인을 막기위한 알고리즘이 적용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양측 관계자는 모두 "LCD 납품 진행에 차질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비즈니스 관계란 이해관계가 맞으면 언제든지 복원될 수 있어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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