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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아랍어 쓰라"…쿠르드, 가혹한 '패자'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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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깃발 내리고 이라크 국기 게양

연합뉴스

낙서로 훼손된 쿠르드 깃발[AFP=연합뉴스자료사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군이 무력으로 쿠르드족을 몰아낸 뒤 키르쿠크주 오마르 카탑 경찰청장은 17일(현지시간) 오후 치안 상황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쿠르드계인 그는 쿠르드어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 동석한 이라크군 지휘관이 그를 즉시 제지했다.

이라크군 지휘관은 고압적으로 "아랍어를 쓰라"고 '명령'했다.

이 지휘관은 또 쿠르드계 매체 기자가 쿠르드어로 한 질문에 카탑 청장이 쿠르드어로 답하려고 하자 다시 한 번 아랍어를 쓰라고 경고했다. 그 자리에 있던 투르크멘계 주의원이 이 지휘관에게 "쿠르드어로 말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단호하게 거부했다.

키르쿠크 주는 쿠르드자치정부(KRG)의 공인된 관할지역이 아니지만 지난 3년간 이슬람국가(IS)의 침입을 KRG의 군조직 페슈메르가가 막은 뒤 KRG가 사실상 통제했다.

주민 가운데 쿠르드계도 상당수 분포한 영향으로 주의회, 주정부, 주 치안조직 모두 쿠르드계가 주도했다.

그렇지만 KRG의 분리·독립을 막기 위해 이라크군이 16∼17일 순식간에 키르쿠크 주를 장악하면서 쿠르드계는 공개적으로 굴욕당하는 분위기다.

이라크 중앙의회가 지난달 KRG의 분리·독립 투표를 앞두고 해임을 의결한 키르쿠크 주지사인 쿠르드계 나즈말딘 카림은 이를 거부하면서 자리를 지켰지만, 16일 밤 이라크군의 주정부 청사 진입으로 물러나야 했다.

이라크군 병사들은 카림 주지사의 집무실로 들이닥쳐 그의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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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계 주지사 집무실에 진입한 이라크군[트위터]



이라크군과 가까운 한 트위터 계정엔 "불과 16시간 전에 '키르쿠크를 사수하자'고 했던 카림은 도망쳤다. 지금 우리가 그의 의자를 차지했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시했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16일 아랍계의 라칸 알리 알주부리를 임시 키르쿠크 주지사로 임명했다.

또 키르쿠크 주정부 청사, 주의회에 게양됐던 KRG의 깃발을 끌어내리고 이라크 국기를 대신 걸었다. 키르쿠크 시내엔 KRG의 깃발이 찢어져 땅에 버려졌고 아랍계 주민들이 이를 밟고 지나간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알주부리 임시 주지사는 "폭력을 피해 집을 떠난 (쿠르드계) 주민들은 안심하고 빨리 되돌아오라"고 촉구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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