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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트럼프 아침 트윗에 맞춰야'…흔들리는 틸러슨 미 국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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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틸러슨ㆍ국무부 고립되면서 미 외교정책 표류”

국무부 대변인 "틸러슨이 대북 외교적 해법에 가장 낙관적"

트럼프와의 불화설에 후임으로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 등 거론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속에 사임설에 시달리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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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트럼프 트윗 수용"불구 "시간낭비 말라" 핀잔들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9월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인 트윗들이 외교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짧게 한숨부터 내쉬었다. 하지만 곧이어 "트위터는 대통령의 소통 수단"이라며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대통령이 새로운 트윗을 올렸다면, OK,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다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들은 미지의 것들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탄력적이어야만 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17일 게재된 뉴욕 타임스(NYT) 매거진과 인터뷰에서 “전 세계는 항상 뭔가 벌어질 만큼 역동적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트윗도 ‘내가 이건 예상 못했네’라고 말은 할 수 있어도 우리의 전략이 그걸 수용하지 못할 만큼 탄력적이지 않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 매거진에 가장 어려웠던 외교 임무로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 형성"을 꼽았다. "나는 그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 지부터 이해해야 했다"며 "나는 훈련받은 엔지니어로 시스템과 절차를 중시하는 매우 체계적인 정책 결정자지만 트럼프는 기업가로 사고방식이 달랐고 결정도 다르게 했다"면서다.

인터뷰는 북핵의 평화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아시아 순방 직전에 이뤄졌고, 틸러슨 장관은 직후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과 3~4개의 직접 접촉 채널을 갖고 있다”며 대북 협상을 시사했다가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시간 낭비 말라”는 트윗 핀잔을 들었다.

매거진은 ‘틸러슨과 국무부의 해체’ 라고 제목을 단 특집기사에서 “대통령의 트윗 하나로 외교 관계가 단절되는 등 미 국무부와 틸러슨 국무장관이 고립되면서 대북 외교적 해법을 포함한 외교정책이 표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방송도 이날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틸러슨 장관이 사적 대화 중 대통령을 멍청이(moron)이라고 불렀다는 게 공개된 후 그의 장관직은 계속 살얼음판 위에 있고 언제 깨질지는 시간문제”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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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임으로 거론되는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니키 헤일리 주유엔 대사. CIA국장 후보 물망에 오른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중앙포토, NBC방송 영상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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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틸러슨 교체 시간문제" 폼페오 CIA 국장 교체 1순위
여당인 공화당에선 틸러슨 장관을 교체할 1순위 후보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일 대면 정보보고를 하는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거론되고 있다. 폼페오 국장과 같은 대북 강경파인 니키 헤일리 주유엔 대사도 경쟁자 물망에 오른 상황이다.

폼페오 CIA 국장이 국무장관직을 넘겨받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법안의 지지를 모은 40대인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아칸소주)이 후임 CIA국장을 맡게 될 것이란 후속 인선까지 구체적으로 나올 만큼 틸러슨 국무장관의 지위는 불안한 상황이다.

대통령과 내각서열 1위인 국무장관의 관계가 이렇게 악화된 것은 두 사람이 업계출신이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성향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재계출신에 젊은 세 번째 부인이 있는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처럼 틸러슨 장관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 바랬지만 일상 생활의 스타일은 정반대다.

틸러슨 주말 고향 손주·노부모 찾자 트럼프 "전통적 기득권층"
세계 최대 정유회사인 엑슨 모빌 최고경영자 출신인 틸러슨 장관은 31년째 조강지처인 첫 부인과 함께 살며, 주말에 트럼프 대통령의 워싱턴 트럼프 인터내셔널호텔에서 만찬을 함께 하는 등 지극히 가정적이다.

업무 외에 사적인 ‘베프(절친)’관계를 맺는 데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대신 텍사스주의 고향 집에서 손주들을 만나거나 콜라라도주에 사는 구순 노부모의 집을 찾는 걸 더 좋아했다. 틸러슨의 이런 태도를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는 터프하지 못하다”거나 “그가 그렇게 전통적인 기득권층인 줄은 몰랐다”며 달가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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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브리핑하는 헤더 노어트 대변인[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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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어트 대변인 "틸러슨은 미 정부내 최고 대북 낙관론자"
외교수장인 틸러슨 장관의 지위가 흔들리면서 미 국무부가 선두에서 추진하는 대북 외교적 해법도 힘을 잃고 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외교는 우리가 (군사적 옵션보다) 선호하는 접근이며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포함한 국가안보팀 전원이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종국에는 외교적 접근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며 “틸러슨 국무장관은 미 정부에서 이에 대해 가장 낙관적인 남자”라고 덧붙였다.

노어트 대변인은 하지만 “미 정부 전체는 북한이 현재로선 어떤 종류든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외교적 해법이란 북한과의 외교적 협상보다는 외교적 압박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인 압박 캠페인의 효과가 나타나 북한으로 향하는 자금줄이 차단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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