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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태풍의 작명학]①태풍 '란'에겐 숨겨진 과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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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우에서 오키나와로 북상중인 21호 태풍 '란'의 다른 이름

아시아경제

태풍 '란'(이미지=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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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호 태풍 '란(LAN)'이 일본을 향해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태풍의 이동 경로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지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태풍은 4~5년을 주기로 같은 이름이 붙여지는 까닭에 란의 과거 전적과 태풍 작명 방법에도 이목이 쏠린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란은 이날 오전 9시 중심기압 975헥토파스칼(hPa)에 최대풍속 초속 32m의 바람을 동반한 채 팔라우 북북서쪽 약 500㎞ 부근 해상에서 북상하고 있다. 현재 예상경로로 움직이면 3~4일 후인 이번 주말에는 일본 오키나와가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4~5일 후 태풍 위치가 유동적일 수 있으니 이후 발표되는 기상정보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태풍의 이름 란은 미국에서 제출한 것이다. 기상청은 "마셜군도 원주민어로 스톰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2000년 제32차 태풍위원회 총회 이후 태풍에는 14개 회원국에서 제출한 이름이 번갈아 붙여지고 있다. 각 나라가 10개씩 이름을 써냈고 이 140개 이름을 28개씩 5개조로 나눠 국가명 영문 알파벳 순서에 따라 그해부터 발생하는 태풍에 붙이고 있다. 2000년 처음 발생한 태풍 이름은 1조 첫 번째인 캄보디아의 '돔레이'(Damrey)였다. 이는 코끼리라는 뜻이다.

란은 5조의 27번째 태풍 이름이다. '노루', '탈라스', '하이탕', '난마돌' 등 올해 태풍 관련 뉴스에 등장한 이름들도 모두 5조다. 5조의 마지막 '사올라'까지 쓰고 나면 다시 1조부터 시작한다. 한해 30여 개씩의 태풍이 발생하므로 4~5년 정도 후엔 같은 이름의 태풍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란은 5년 전인 2012년에는 없던 이름이다. 그해까지는 란의 순서에 '비센티(Vicente)'라는 이름을 썼다. 란이라는 이름의 태풍은 올해가 처음인 셈이다. 비센티는 2012년 중국과 홍콩을 강타했다. 중국 남부에서만 47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홍콩에서도 부상자가 속출하고 증시가 휴장하기도 했다. 특정 태풍에 큰 피해를 입으면 각 나라는 매년 11월께 열리는 태풍위원회에 해당 이름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비센티가 란으로 바뀐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이름 중에도 퇴출돼 이제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수달'과 '나비'다. '수달'은 2003년 미크로네시아이 큰 피해를 줬다. 이후 '미리내'로 대체됐다. 은하수라는 뜻이다. '나비'는 2005년 경상북도와 울릉도 일대를 휩쓸고 갔다. 일본의 피해도 심각했다. '나비'의 퇴출은 2006년 일본의 신청에 의해 이뤄졌다. 바뀐 이름은 '독수리'다.

북한에서 제출한 '매미'와 '봉선화'도 이제 볼 수 없다. '봉선화'는 2002년 중국에 피해를 입혀 '노을'이 됐다. '매미'의 퇴출은 우리나라가 신청했다. 2003년의 막대한 피해 때문이다. '매미'는 '무지개'로 교체됐다. 이런 방식으로 아시아 각국에서 제출한 태풍 이름 중 변경된 것은 지난해 기준으로 모두 42개에 달한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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