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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英파운드화, 은행서 환전했는데 '현지 사용 불가?'…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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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앙은행, 권종별 화폐개혁 추진中…환전시 '신권' 꼭 확인해야

아시아경제

(위)2016년 9월 발행된 영국 5파운드 신권 앞·뒷면 (아래)2017년 9월 발행된 영국 10파운드 신권 앞·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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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A은행에서 5파운드(장당 한화 약 7500원)를 모두 구권으로 환전해 주는 바람에 (영국) 런던에서 전혀 쓸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화폐가 바뀐 지) 전혀 몰랐는데…. A은행, 너무한 것 아닌가요?"(트위터 이용자)

"B은행에서 (파운드화를) 환전했는데, 은행 직원이 구권을 없애려고 한 것인지 5파운드 구권을 잔뜩 줬네요. 영국에선 쓰지도 못할 뿐더러 은행을 찾아갔더니 현지 계좌가 없으면 (신권으로) 바꿔주지도 않아 난감합니다."(포털 블로거)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일부 금융소비자들이 영국에서 겪은 황당 사례가 공유됐다. 이들은 영국 방문을 앞두고 국내 대형 시중은행에서 5파운드 지폐를 환전했다가 낭패를 봤다. 이미 지난 5월부터 시중 유통이 중지된 '구권(舊券)'이었던 탓이다. 그나마 런던 인근 방문객은 런던 내 영국 중앙은행(BOE)을 찾아 신권으로 겨우 교환할 수 있었지만, 그 외 지역의 경우 고스란히 피해를 봤다.

현재 영국에서 5파운드 구권은 일반 상점이나 자판기 등 시중에서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은행을 찾아가도 신권으로 바로 교환은 어렵고 현지 계좌가 있을 경우 입금만 가능하다. 그러나 여행 등 목적으로 영국을 단기 방문한 경우 현지 계좌가 있을 리 만무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BOE의 신권 교환 서비스도 조만간 중단될 예정이다.

영국 당국은 위조지폐 방지 및 화폐제조 신기술 도입 등 이유로 권종별 화폐개혁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계획 발표는 이미 수년 전에 이뤄졌고, 각 권종에 대한 유통 중지 계획은 전 세계 거래국에 최소 6개월~1년 전에 사전 공지된다.

5파운드권은 지난해 9월 신권이 첫 발행돼 올해 5월1일부터 구권 유통이 금지됐다. 이어 올해 9월엔 10파운드가 새로 발행돼 현재 신·구권이 동시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당국의 공지는 없지만 상거래 관행 상 10파운드 구권도 내년 상반기 중 유통이 금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화폐의 신권발행 방침이 결정되면, 시장은 그보다 먼저 움직인다. 이호중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장은 "세계 각국 화폐 거래가 이뤄지는 홍콩 환전시장에서는 일찌감치 영국 5파운드 권종 거래가 중단됐다"며 "영국 당국의 유통 중지 방침이 전해지면서 브로커리지(brokerage) 은행들이 사실상 구권거래를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나 액면가가 낮은 화폐의 경우 비용 문제로 선호도가 낮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처럼 이미 반년 전에 유통이 금지된 구권을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이 최근까지도 금융소비자에게 버젓이 환전해 줬다는 점이다. 유통이 금지된 화폐는 사실상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다. 일부 개발국에서 갑작스레 화폐개혁을 추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국 파운드화의 경우 사전에 충분히 안내됐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일부 피해자는 은행 영업점이 미처 제때 처리하지 못한 구권을 현지 상황을 잘 모르는 금융소비자에게 의도적으로 내준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하고 있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고 신권과 함께 거래가 불가능한 구권 화폐 이미지를 모두 공지하고 있다"며 "아마도 일부 영업점에서 미처 구권과 신권을 구별하지 못하는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현지 국가의 화폐정책에 따라 사용이 중지돼버린 경우 사실상 불가항력에 가까워 국내에서 보상받기 어렵다. 환전 영수증을 보관해 뒀다 하더라도, 특정 시리얼 번호의 구권 지폐가 해당 은행에서 지급됐다는 부분까진 증명하기 어려워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각 영업점은 물론 고객에게도 신권 샘플을 통지하고 시스템 내부에 경고창을 띄우는 등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지점에서 여러 권종을 취급하다보면 신·구권을 착각하거나 두 권종이 섞여있는 탓에 취급자의 부주의로 이 같은 실수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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