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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류 이끄는 한복 디자이너… "數學 전공이 큰 도움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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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복궁 패션쇼 여는 한은희

배우 이영애 한복 20년간 전담… 한복 연구로 박사학위도 받아

서울 압구정동 '한은희 한복'에는 한국 손님 말고도 중국·일본·동남아 손님들이 온다. 디자이너 한은희(63)가 대통령 부인과 재벌가 안주인들 한복을 만든 것은 물론, 한류를 대표하는 배우 이영애의 한복을 20년 가까이 전담해왔기 때문이다. 정상급 디자이너 한은희의 한복은 정갈하고 우아한 디자인으로 정평 나 있다. 드라마 '용의 눈물' '명성황후' '장희빈'과 이영애 주연 '사임당' 등에 그의 한복이 등장했다.

한은희는 오는 20일 경복궁에서 '한복의 날' 기념 패션쇼(문화체육관광부 주최·한복진흥센터 주관)를 선보인다. 한복 본연의 미(美)라는 주제에 적합한 디자이너로 전문가들이 추천했다. 그는 "무명·삼베의 고유색인 소색(素色)을 활용해 담백하면서도 화려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우리 문화 한은희 한복’ 매장 안 배우 이영애의 한복 화보 사진 앞에 선 한복 디자이너 한은희씨.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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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희 디자이너는 원래 수학을 전공(성균관대 수학과 졸)했다. 한복 원단 공장을 운영하는 남편과 결혼해 원단 시험용 한복을 만들다가 깊이 빠졌다. "솜씨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밀려들어 서른 넘어 뒤늦게 매장을 열었다"고 했다.

이후 한복 치수를 재는 자 포백척(布帛尺)을 연구했고 박사 학위도 받았다. 이론적 근거에 수학적 감각을 더해 기품 있는 선(線)을 짓는다. 현대인 체형이 옛날 사람들과 달라져, 문헌에 전해오는 치수를 따르면 제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한복의 단순한 디자인으로 사람마다 잘 어울리는 옷을 만들기가 어려워요. '이 사람이 입었을 때 이런 모양 나오려면 치수를 이만큼 조정해야 한다'는 수학적 감각을 활용하죠."

한은희 디자이너는 "화사하면서도 품격 있는 색을 얻기 위해 열 번, 스무 번 염색하며 '전쟁'을 치른다"고 했다. 덕분에 드라마 '사임당' 방영 당시엔 '한복이 주인공 같다'는 말도 나왔다. 사임당 역의 이영애와는 1999년 패션쇼에서 모델로 만나 인연을 이어왔다. "대충 못 넘어가는 완벽주의와 학구열이 서로 잘 통한다"고 했다.

2006년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참석을 비롯해 이영애가 해외 활동에서 입은 한복, 아이들 돌복까지 한은희 디자이너가 책임졌다. "'사임당' 30부까지 한복 색이 한 번도 겹치지 않았어요. 속바지만 30종류 만들었죠. 늘 최선을 다하는 영애씨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응원이에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한복 입는 유행이 번졌다. 마구잡이로 변형된 디자인도 많다. 한은희도 "길거리에서 한복 입은 젊은이들 바라보다 눈 질끈 감아버리곤 한다"고 했다. "쉽게 접하는 건 좋지만 함부로 접하진 않았으면 해요. 먼저 기본을 알아야 무엇을 얼마큼 변형해도 되는지 알 수 있죠."

그의 매장 이름은 '우리 문화 한은희 한복'. 그는 15년 전 캐나다 패션쇼 얘기를 했다. "명성황후 한복을 보고 교민들이 눈물을 흘렸어요. 정성껏 한복 짓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애국'이란 걸 그때 깨달았어요."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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