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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참여단 상당수 원전 기초자료도 안읽고 와… 몇명이 토론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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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중단여부 2박3일 토론회… 시민참여단에 들어보니]

9~10명씩 48개조 나눠 분임토의… 다른 組와는 말 섞기 힘든 일정

공론화위, 기계적 중립에만 집중… 자료집 사실관계 오류 그냥 넘겨

원전격납고 안전성 질문 가장 많아

정부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라는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처음으로 471명 갑남을녀의 생각을 물었다. 지난 주말 2박3일간 진행된 합숙 종합토론회에 참가한 시민참여단은 "분임별 토의에서 나온 공통질문을 다 소화하기도 빡빡했다" "진 빠지는 일정을 소화했다"고 말했다. 공론화위의 공정성에 대해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중립만 강조하다 보니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중재 역할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관계자가 지난 15일 시민참여단의 설문조사지를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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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단은 13일 오후 4시 반부터 15일 오후 4시까지 꼬박 48시간 동안 천안 교보생명 연수원에 고립돼 합숙 토론을 진행했다. 시민참여단은 그동안 외부 출입이 금지됐다. 수련원 입구에는 경찰이 경비를 섰고 외부인 출입도 통제했다고 한다. 밤 11시부터 아침 6시까지는 아예 출입문이 잠겼고, 대신 14일 저녁에는 2시간 동안 영화 관람, 요가교실, 체육관 활동 등의 여가 시간이 운영됐다. 한 참가자는 "일정별로 장소를 옮길 때마다 방송을 수십 번씩 해서 누구 한 명 요령을 부리기 어려운 구조였다"며 "남는 시간에 읽으려고 에세이집을 가져갔는데 전혀 자유시간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참석자들은 "오전 7시에 아침 식사로 일과가 시작되고 곧바로 세션별 토론에 들어갔기 때문에 아침 6시에는 일어나야 했다"며 "한 조에는 9~10명씩 48개 조로 운영됐다. 조별로 계속 분임토의를 같이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 사람들과의 교류는 규정상 금지되지는 않았지만 계속 조별로 움직이는 바람에 사실상은 교류를 막은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며 "같은 조원들을 빼고 다른 사람들과는 말을 섞기 힘든 구조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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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측 발표와 분임토의, 전체 질의응답으로 구성된 4개 세션과 3·4차 조사 등 본일정에만 14시간 15분이 소요됐다. 4개 세션은 총론, 안전성·환경성, 전력수급 등 경제성, 마무리 토의로 구성됐다. 참석자들은 "토론 시간이 세션마다 1시간 정도 주어졌는데 각자 의견을 말하고 공통 질문을 정리하기 빡빡했다"며 "48개 조가 공통 질문을 정리해 제출하면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에서 다 같이 다루게 되는데, 80분 동안 다 소화하기 어려워 일부 질문은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세션별로 약 100개 질문이 취합됐고, 질문 30초·답변 2분이라는 형식으로 질의응답이 진행돼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참가자별 내용의 숙지 정도가 달라 토론의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30대 여성 참가자는 "상당수는 원전 기초 자료집도 안 읽고 왔다. 공부를 꼼꼼히 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고민하지 않고 온 듯한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전모씨는 "내가 속한 조는 내용을 조금 아는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갔고, 나머지는 쭈뼛쭈뼛해서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며 "숙의가 아니라 합숙 여론조사를 한다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시민참여단으로 참가한 송호열 전 서원대 총장은 "중단·재개 측의 주장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추가 토론을 통해 누구 말이 옳은지 판단해줘야 하는데 단순히 시간 배분만 똑같이 하는 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자료집과 동영상 강의, 찬반 측 주장에 오류가 있는 부분을 지적했지만 분명한 답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송 전 총장은 ▲고리 1호기 인근 균도네 가족 갑상샘암 발병 문제 ▲원전과 미세 먼지·온실가스 상관관계 등 건설 중단 측 주장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분명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마무리 토의 때는 2~3명의 시민참여단이 발언권을 얻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서 "끝장 토론하자"고 소리를 치는 상황도 벌어졌다. 재개·중단 양측의 엇갈리는 주장에 대한 사실 확인이 안 된다는 점은 공론화 과정 내내 나왔던 문제였다.

가장 많은 질문이 나왔던 이슈는 원전 격납고의 안전성 문제였다고 한다. ▲격납고에 대해 재개·중단 측이 인용한 데이터가 다르다 ▲한국형·수출형 격납고가 다른 이유 등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 참가자들은 전했다.




[김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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