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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기상천외한 기상청… 자문관 뽑는다더니 퇴직선배들로 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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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서 인력 부실운용 질타

동아일보

기상청이 예보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도입한 자문관제도가 ‘회전문 인사’의 수단으로 전용돼온 사실이 드러났다. 베테랑 예보관을 위촉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경력조건에 턱없이 못 미치는 퇴직자들을 불러들인 데다 그나마 예보와 전혀 관계없는 업무에 채용했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은 기상청이 퇴직자 중 예보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예보관을 위촉해 자문관으로 두기로 한 제도가 일반 퇴직자들의 재취업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자문관제도는 2009년 처음 도입됐고 지난해 인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 의원이 이 제도로 채용된 11명의 이력을 살핀 결과 7명은 전체 근무경력 중 예보경력이 20년에 못 미쳤다. 특히 3명의 경력은 10년도 안 됐다. 그나마 이렇게 뽑힌 자문관들은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기는커녕 지방에 배치돼 예보와 관계없는 방재업무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 경쟁률도 대부분 1 대 1에 불과해 유능한 자문관을 선별하겠다는 취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민주당 소속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은 “자문관을 들인다더니 선배들 자리나 만들어 준 거냐”며 “기상청이 기상천외한 답변을 많이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국감 뒤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2명, 올해 1명 등 몇 명을 빼곤 대부분 기존 취지와 다르게 채용돼온 것은 맞다”며 “당초 취지에 맞는 인물을 채용하겠다”고 해명했다.

예보 인력의 역량 비판도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장석춘 의원은 “지난해 550억 원을 들여 슈퍼컴퓨터 4호기를 도입했는데도 기상특보 등 적중률이 저조한 이유는 장비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하는 인력의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강수 유무 예보 적중률은 2015년 46.2%에서 슈퍼컴퓨터 4호기를 도입한 2016년 45.2%로 오히려 떨어졌다. 슈퍼컴퓨터 4호기는 일본 슈퍼컴퓨터의 6배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감에서는 기상청이 3년간 지진관측기기 검인증을 한 차례도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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