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김이수 대행 체제 유지하면서
임기 6년 법개정 뒤 소장 지명 계획
헌재 재판관까지 대행체제 반발
청와대 입장 변화 모색 불가피해져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7일 오전 서울 재동 헌재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은 일제히 김 대행 체제를 끝내고 새 헌재소장을 지명하라고 촉구했다. [우상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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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당초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국회가 헌재소장 임기에 대한 법률 개정을 한 뒤에 소장을 지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현행법에는 헌재소장의 임기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 헌법재판소법에는 ‘헌재소장은 헌법재판관 중 임명한다’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이라는 규정만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재판관 중 헌재소장으로 임명되면 임기가 “새로운 6년”이라는 의견과 “6년에서 재판관으로 활동한 기간을 뺀 잔여 임기”라는 주장이 맞서 왔다.
현재 국회에는 헌재소장 임기를 새로운 6년으로 하는 법안이 18건 계류 중이다. 헌재소장 임기에 관한 법률 개정을 요구하며 ‘김이수 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결정은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뒤 민정수석실 산하 법무비서관실에서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를 근거로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등 인사 관계자들과의 협의 과정에서 법률 개정을 전제로 한 대행체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법률가 출신인 문 대통령은 ‘헌법을 다루는 헌재소장의 임기가 법적 논란이 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국회에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대행체제를 감수하며 헌재소장 임기를 6년으로 명확히 하는 법률 개정을 요구한 배경이 사법개혁의 한 축을 담당할 신임 소장의 임기를 6년으로 확보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본다. 실제로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8명의 헌법재판관 중) 내년 9월 19일에 임기가 끝나는 사람이 5명”이라며 “헌법재판관 인력풀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헌재소장은 6년을 마치는 게 입법 취지에도 부합하는 순리”라고 주장했다.
야권은 국회의 법안 통과 이전 조속히 헌재소장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헌재가 헌재소장에 대한 조속한 임명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한 것은 꼼수적 권한대행 체제 유지가 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임시 체제를 끌고가려 한 대통령은 삼권분립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률의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가 조속히 논의에 착수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며 “국회가 본연의 임무인 법안 처리에 소홀하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야권은 물론 헌법재판관들이 집단으로 대행체제를 철회하고 조속한 소장 임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청와대도 입장 변화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현재 공석인 아홉 번째 헌법재판관을 임명해 ‘9명 체제’를 완성한 뒤 이 중 한 명을 헌재소장으로 지명하는 것과 아홉 번째 재판관 겸 소장을 지명하는 방법이다. 후자의 경우 소장 지명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국회의 임기 관련 법률 개정 요구를 사실상 철회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둘 다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논의와 결심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소장을 바로 지명하는 안은 (9명의 재판관 중 소장으로 한 명을 고르는 것보다) 대통령의 선택지를 좁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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