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헌재소장 바로 지명? 재판관 9명 채우고? 청와대 고민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당초 김이수 대행 체제 유지하면서

임기 6년 법개정 뒤 소장 지명 계획

헌재 재판관까지 대행체제 반발

청와대 입장 변화 모색 불가피해져

중앙일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7일 오전 서울 재동 헌재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은 일제히 김 대행 체제를 끝내고 새 헌재소장을 지명하라고 촉구했다. [우상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청와대가 다시 ‘김이수 딜레마’에 빠졌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 문제가 한동안 고민이었으나 이번에는 ‘김이수 소장대행체제’를 언제까지 유지하느냐의 문제가 고민의 핵심이다. 특히 김이수 소장대행 본인을 포함해 헌법재판관 8명이 ‘헌재소장의 조속한 임명’을 요구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당초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국회가 헌재소장 임기에 대한 법률 개정을 한 뒤에 소장을 지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현행법에는 헌재소장의 임기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 헌법재판소법에는 ‘헌재소장은 헌법재판관 중 임명한다’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이라는 규정만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재판관 중 헌재소장으로 임명되면 임기가 “새로운 6년”이라는 의견과 “6년에서 재판관으로 활동한 기간을 뺀 잔여 임기”라는 주장이 맞서 왔다.

현재 국회에는 헌재소장 임기를 새로운 6년으로 하는 법안이 18건 계류 중이다. 헌재소장 임기에 관한 법률 개정을 요구하며 ‘김이수 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결정은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뒤 민정수석실 산하 법무비서관실에서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를 근거로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등 인사 관계자들과의 협의 과정에서 법률 개정을 전제로 한 대행체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법률가 출신인 문 대통령은 ‘헌법을 다루는 헌재소장의 임기가 법적 논란이 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국회에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대행체제를 감수하며 헌재소장 임기를 6년으로 명확히 하는 법률 개정을 요구한 배경이 사법개혁의 한 축을 담당할 신임 소장의 임기를 6년으로 확보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본다. 실제로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8명의 헌법재판관 중) 내년 9월 19일에 임기가 끝나는 사람이 5명”이라며 “헌법재판관 인력풀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헌재소장은 6년을 마치는 게 입법 취지에도 부합하는 순리”라고 주장했다.

야권은 국회의 법안 통과 이전 조속히 헌재소장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헌재가 헌재소장에 대한 조속한 임명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한 것은 꼼수적 권한대행 체제 유지가 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임시 체제를 끌고가려 한 대통령은 삼권분립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률의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가 조속히 논의에 착수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며 “국회가 본연의 임무인 법안 처리에 소홀하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야권은 물론 헌법재판관들이 집단으로 대행체제를 철회하고 조속한 소장 임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청와대도 입장 변화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현재 공석인 아홉 번째 헌법재판관을 임명해 ‘9명 체제’를 완성한 뒤 이 중 한 명을 헌재소장으로 지명하는 것과 아홉 번째 재판관 겸 소장을 지명하는 방법이다. 후자의 경우 소장 지명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국회의 임기 관련 법률 개정 요구를 사실상 철회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둘 다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논의와 결심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소장을 바로 지명하는 안은 (9명의 재판관 중 소장으로 한 명을 고르는 것보다) 대통령의 선택지를 좁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