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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IMF, 한국 3.0% 성장한다는데 … “수치보다 성장의 질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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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불안에 생산·소비·투자 위축

국내외 대부분 기관은 2%대 전망

IMF는 주로 교역 측면에만 초점

수출 활기 띠는 한국 경제 낙관

새 먹거리 못 찾고 중국에 밀린 한국

당분간 정부 재정지출 늘리고

기업 구조개편, 규제 완화 서둘러야

지난 10일 국제통화기금(IMF)발 ‘깜짝 뉴스’가 타전됐다. IMF가 올해와 내년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3.0%로 상향 조정했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4월 내놓았던 기존 전망치보다 각각 0.2%포인트와 0.3%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이게 ‘깜짝 뉴스’로 분류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국내외 경제 관련 기관들이 한국의 3% 성장률 달성 실패 쪽에 베팅하고 있어서다. 이들이 내놓은 실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2.7~2.9% 정도다. 왜 이런 간극이 발생했을까.

지난 7월 기획재정부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0%로 높였을 때만 해도 달성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작지 않았다. 일단 지난해 하반기부터 살아난 수출 덕택에 올 1분기에 1.1%라는 예상 밖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새 정부 출범과 재정 확대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경제 정책들의 시행,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에 따른 기대심리 등도 한몫했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감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갔지만 다른 경제 지표들이 생각만큼 따라와 주지 못해서다. 지난 9월 수출액은 551억3000만 달러로, 1956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월간 기준 최고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생산·투자·소비 등은 증가 폭이 작거나 증가와 감소를 오가면서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인다.

중앙일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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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산업생산은 5월에 -0.1%의 역성장을 했고, 6월과 8월에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소비(소매판매)는 6월(1.3%)에 다소 살아나는가 싶더니 7월(0.1%)에 상승 폭이 크게 둔화했고, 8월(-1.0%)에는 다시 고꾸라졌다. 설비투자도 7월(-5.1%)과 8월(-0.3%) 두 달 연속으로 감소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0.6%에 그쳤고, 3분기도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3%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기관별로 보면 국회예산정책처는 2.9%, 아시아개발은행(ADB)·LG경제연구원은 2.8%, 현대경제연구원은 2.7%로 전망했다. 해외투자은행들도 2.8%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2.8%를 전망했던 한국은행은 19일 수정치를 내놓는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더 나쁘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2.5%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에도 한국이 3% 성장할 것이라는 IMF와는 간극이 크다.

전문가들은 IMF가 한국 경제를 둘러싼 다양한 요인들을 세밀하게 살피지 않고 주로 교역 측면에서 한국을 분석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IMF는 세계 경기 회복 전망에 근거해 한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본 측면이 큰 것 같다. 한국은 수출 비중이 큰 만큼 세계 경제 회복이라는 큰 흐름을 타고 성장률이 추가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IMF는 지난 10일 올해와 내년의 세계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씩 상향 조정했고, 세계 무역 및 중국의 수입 수요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기타 기관들, 특히 국내 기관들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세부 요인들까지 모두 고려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평가를 내놓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기관들은 북핵 문제나 내수 부진, 건설경기 침체 조짐 등 세부 요인들까지 자세히 들여다본다. 현재 소비 심리가 위축돼 있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 불확실성이 큰 사안이 많다 보니 전망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수출과 건설경기가 내년 이후에도 계속 좋을 것인지, 아니면 나빠질 것인지에 대한 관점에 따라 성장률 전망치의 고저가 결정된 것 같다”며 “아무래도 기업과 연관이 있는 민간 연구기관들의 경우 정부의 경기부양책 유도를 위해 좀 더 보수적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맞을까. 의견은 엇갈린다. 김정식 교수는 “IMF가 한국 경제의 세부 요인들을 다 살피지 않았다고 해서 근거 없는 전망으로 볼 순 없다”며 “만일 IMF의 예상대로 수출 증가세가 계속 이어지고 북핵 문제 등 추가 변수가 터지지 않는다면 올해 3% 성장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영익 교수는 “세계적으로 부채가 많이 쌓여 있기 때문에 미국 경제 악화와 중국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경기도 이미 꺾인 상황이라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3% 성장률 달성 여부보다 성장 추세의 회복과 성장의 질 제고가 더 중요하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말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3% 성장도 중요하지만 인위적 경기부양으로 성장률을 0.1~0.2%포인트 올리는 것보다는 질적으로 의미 있는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추세적으로 힘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경제성장률은 2014년(3.3%) 이후 2%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가 상승의 부담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수준인 잠재성장률도 사상 처음 2%대로 추락했다. 제조업은 중국 등 후발주자들에 밀리고 있고, 새로운 먹을거리의 발굴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김영익 교수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노동과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만큼 정부가 당분간 재정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은 “규제 완화와 구조개편 등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과 역동성을 회복시켜야 한다”며 “결국 기업이 강해져야 고용 증대와 경제 성장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진석·심새롬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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