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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바람에 폭삭 비닐하우스…알고 보니 보조금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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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단가 최대 150% 부풀려 보조금 챙긴 업자ㆍ농민 60명 입건

강판대신 철사로 부실 시공 드러나
한국일보

단가를 낮추기 위해 강판이 아닌 강선으로 이음새를 시공(점선)한 비닐하우스. 이 경우 강풍 등에 내구성이 떨어져 ‘내재해형’ 비닐하우스 역할을 하기 힘들다. 강원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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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내(耐)재해형’ 비닐하우스 사업비를 두 배 이상 부풀려 청구해 11억 원이 넘는 국가보조금을 챙긴 업자와 농민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강원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7일 사업비를 부풀려 공사비를 청구해 보조금을 챙긴 혐의(사기)로 정모(47)씨 등 비닐하우스 시공 업자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자부담금을 업자로부터 되돌려 받은 이모(59ㆍ여)씨 등 농민 50명도 지방재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는 양구군이 시행한 비닐하우스 보조사업 계약체결 후 이씨 등 농민들과 공모, 최대 150 가량 단가를 부풀려 공사비를 청구하는 수법으로 8억5,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업자 남모(46)씨 등은 철원군이 시행한 내재해형 비닐하우스 보조사업을 신청한 농민의 자부담금(50 )을 대납하고 비닐하우스 시공 후 돌려받는 수법으로 2억2,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부터 2년간 홍천군이 시행한 내재해형 비닐하우스를 시공한 최모(39)씨 등 업자 7명도 같은 수법으로 7,900만원의 보조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홍천의 비닐하우스를 시공한 최씨 등은 강풍을 비롯한 재해에 견딜 수 있도록 하려면 땅을 25㎝가량 파고서 비닐하우스를 설치함에도 이를 무시한 채 부실하게 시공했다”고 밝혔다. 또 비닐하우스 골격을 이어주는 이음새도 인건비와 단가를 낮추기 위해 강판 대신 강선(철사)을 사용해 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지난해 5월 3일 홍천지역 강풍 피해 당시 내재해형 비닐하우스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당시 피해가 부실시공 때문이라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선 경찰은 홍천지역 비닐하우스 부실시공뿐만 아니라 양구와 철원지역 보조금 비리사건까지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관리에 직접적인 손실을 초래한 비양심적 보조금 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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