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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뉴욕서 1달러 콩스튜, 남수단선 321달러···식량 아닌 돈의 부족 ‘굶주림의 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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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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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 세계에서 끼니도 챙겨먹기 힘든 삶을 산 이들은 7억9600만명에 달했다. 또 다른 곳에선 2억명이 먹을 수 있는 식사가 그대로 버려진다.

세계식량계획(WFP)은 16일(현지시간) 세계식량의 날을 맞아 이같은 ‘굶주림의 쏠림 현상’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쌀, 빵, 옥수수, 카사바 등 지역에서 주로 먹는 탄수화물 먹거리와 콩스튜(콩국)를 함께 먹을 때 필요한 비용과 국내 총샌산을 기준으로 한 국가별 1인당 하루 수입을 비교했다.

그런 다음 아시아·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국민이 일일 수입 중 한 끼 식사에 내야 하는 돈을 미국 뉴욕 시민의 하루 생활비에 대입해 한 끼 식사에 드는 ‘진짜 밥값’을 산출했다.

미국 뉴욕에서 600㎉짜리 콩스튜 한 그릇을 먹으려면 1.2달러면 된다. 뉴욕 시민의 평균 하루 벌이의 0.6%에 불과한 푼돈이다. 그러나 과테말라에선 콩 스튜 한 접시를 먹는데 8.27 달러, 네팔도 27.77 달러나 필요하다. 독재와 부패로 인한 가난과 2010년 나라를 마비시킨 대지진을 겪은 카리브해의 빈국 아이티는 같은 식사에 72.65 달러가 든다.

밥값이 가장 비싼 곳은 4년째 내전의 고통을 겪고 있는 남수단으로 콩스튜 값이 321.7달러나 된다. 남수단 사람들이 이런 한 끼를 먹는 건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사는 사람이 콩스튜 한 그릇에 321달러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남수단 사람들은 평균 일당의 1.5배를 내야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구매력을 놓고 각국 사람들의 먹거리 비용(지불가능한 먹거리 비용)을 비교하면 불균형이 뚜렷해진다”며 “(이번 연구의) 많은 결과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WFP는 식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먹을 것을 살 수 없어 굶주림에 시달리는 상황을 주목했다. 또 이는 기아 현상이 개발도상국, 저개발 국가에 쏠려있는 원인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안정된 국가에서도 먹거리 체계는 취약한데 식품 저장시설이 열악하고 식품 운송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탓이다. 이는 부패하거나 무능한 정부가 배경인 경우가 많다.

특히 전쟁은 한순간에 모든 체계를 무너뜨린다. 7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는 지난해 인구의 절반이 식량 지원을 받아 생활했다. 정부군과 반군, 이슬람국가(IS)의 전투 속에 파괴된 데이르에조르의 주민은 콩스튜 한 끼를 먹으려면 190.11달러가 있어야 했다. 내전이 발발하기 전 중산층 국가였던 시리아는 5년만에 인구의 5분의 4 이상이 빈곤층으로 전락했으며, 75%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예멘 역시 내전이 터진지 2년 만에 시민들의 3분의 2가 먹거리를 스스로 구할수 없게 됐다. 곡물 자급도는 20%까지 떨어지고 가축 전염병이 돌아도 예산 부족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8억명 가까이가 기아에 시달리고 있으나 올해는 정치적 불안과 갈등, 열악한 기반시설,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굶주림을 겪는 이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WFP는 밝혔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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