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점·94점·92점'···MBC만 후한 점수 '비리' 의혹 짙어

MBC 제작 중단 돌입, '빨간불'

MBC 보도국 외 기자들도 제작 중단 돌입

MBC 'Korea-Iran 문화축제' 용역입찰 비리 경찰 인지수사

경쟁업체 6곳 중 MBC만 유일하게 대부분 90점 넘어
경찰청 "심사 과정 문제 있으면 평가위원도 수사대상"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경찰이 지방의 한 문화축제에 참여한 문화방송(MBC)의 입찰 비리와 관련해 당시 심사위원들이 MBC에 '몰아주기'식으로 경쟁업체보다 훨씬 후한 점수를 매긴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입찰 과정에서 비리가 불거진만큼 평가위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17일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올해 1월 경주문화재단이 주최한 '2017 실크로드 Korea-Iran(코리아·이란) 문화축제' 총괄대행 용역 입찰과정에서 MBC 문화사업국의 임원과 재단 관계자가 입찰을 방해한 정황을 잡고 지난 8월부터 내사에 들어가 최근 수사로 전환했다.

재단은 지난해 12월 말 축제 행사운영 및 공연·전시행사를 담당할 '총괄대행' 용역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총 18억원 규모의 긴급 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자격으로는 대구·경북 이상의 권역에 지상파 방송이 가능한 업체로 한정했으며 심사평가는 기술능력평가(정량적·정성적), 가격평가 등 두 가지 부문이 제시됐다.

당시 입찰에는 MBC를 비롯해 KBS 미디어, MBC 플러스, MBC 씨앤아이, TBC, 유니원커뮤니케이션즈등 모두 6개 업체가 참여했지만 심사평가위원 6명 중 4명이 MBC에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준 사실이 드러났다.

한 심사위원은 다른 입찰 업체에 대해선 65.8923점~86.2731점을 준데 반해 MBC만 유일하게 90점을 줬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KBS 미디어에 대해 90.4592점을 매겼지만 MBC에는 더 높은 96점을 매겼다. 다른 4개 업체는 70~80점대의 낮은 점수를 매겼다.

다른 두 심사위원들도 각각 92점과 94점으로 MBC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준 사실이 확인됐다. 나머지 경쟁업체에 대해선 60점대 후반에서 80점대 후반으로 평가했다.

가격평가 부문에서는 MBC가 다른 경쟁업체보다 오히려 더 낮거나 1~2점 밖에 앞서지 않았다.

기술능력평가는 정량적 지표에 의한 평가와 정성적 평가로 구분해 이뤄졌는데 정량적 평가에서도 MBC가 다른 경쟁업체와 점수차가 크지 않았다. 반면 평가위원의 식견이나 주관적인 판단이 작용하는 정성적 평가에서는 MBC가 10~15점 가량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도 MBC가 유독 경쟁업체보다 정성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실을 미심쩍게 여기고 MBC 임원과 경주문화재단 관계자 사이에서 부적절한 청탁이나 대가성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당시 입찰 심사를 담당한 외부 평가위원 6명에 대해서도 평가의 적정성, 심사기준 등을 따져 입찰 비리에 개입하거나 고의로 묵인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예외없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MBC와 경주문화재단 사이에서 입찰비리 정황이 있어 인지수사를 하다가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라면서 "당시 평가위원들의 심사과정에 문제가 없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며 비리가 드러나면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BC가 용역업체로 선정되도록 하기 위해 MBC 외에 다른 곳에서 재단에 외압을 넣은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주문화재단 관계자는 "당시 용역업체 선정은 입찰 공고를 통해 모집한 참가업체를 대상으로 객관적인 심사를 거쳐 이뤄진 것이다. 입찰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나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입찰비리 의혹을 부인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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