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 쫓아낸 MBC 신동호 아나운서… '시선집중'해야"

[현장] 언론노조 MBC본부·아나운서 28명, 신동호 국장 고소 기자회견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신동호 MBC 아나운서국장 (사진=MBC 제공)

"신동호 아나운서국장이 현재 '시선집중'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명이) '신동호의 시선집중'인데 이제는 '신동호에 대한 시선집중'이 필요할 것 같다."
_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법률대리인 신인수 변호사

MBC 아나운서 28명과 현재 43일째 김장겸 사장 퇴진 및 방송 정상화 파업을 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가 16일 오후, 신동호 MBC 아나운서국장을 고소했다. 그가 아나운서국장으로 있으면서 부당노동행위와 업무방해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다.

이들은 고소장 제출에 앞서 오후 2시에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서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신 국장이 △2012년 파업 참여 아나운서 중 11명의 부당전보 인사에 직접 관여하고 방송제작현장에서 철저히 배제 △부당전보 발령 시 당사자에 사전 고지나 사유 설명 생략 △부당전보 발령 관련 면담요청에도 나타나지 않을 만큼 비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아나운서국원들이 부당전보자들과 교류를 하는지, 아나운서 노조원들의 동향은 어떤지 등을 지속적으로 살피는 등 공영방송 MBC 내에서 동료 아나운서들에게 상상을 초월한 사찰도 자행했다. 또한 납득할 수 없는 부당한 인사평가와 비민주적인 공포분위기를 통해 누구든 언제라도 아나운서국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심어주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미 경영진이 법의 심판대에 선 만큼 이제는 신동호와 같은 공범자도 법의 정당한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며 "끝으로 우리가 신동호를 고소하는 것은 다시는 한 사람의 비뚤어진 욕망에 의해 이처럼 참혹한 언론의, MBC의, MBC 아나운서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반면교사로 삼는다는 절실한 심정이 담겨있다는 점을 밝히는 바"라고 전했다.

◇ "신동호 국장, 부역 대가로 무엇을 했는지 떳떳이 밝혀야"

이날 고소장 제출에 앞서 치러진 기자회견에서 MBC 아나운서들은 검은색 등 어두운 톤의 옷을 맞춰 입고 나왔다. (사진=김수정 기자)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은 "노조는 지난 5년, 넓게는 7년간 벌어진 불법행위 특히 노동법 위반행위에 대해 특별관리감독을 신청했다. 경영진은 기소의견으로 송치됐고 서울지검에 출석해 조사받고 있다"며 "이 책임을 경영진에게만 물을 수 없다. 지시를 받아 불법행위를 한 실무간부들이 있다"고 말했다. 오늘 신동호 국장 고소는 실무간부들에 대한 법적대응 '출발점'이라는 의미라고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이명박의 청와대가 국정원을 동원해 MBC를 파괴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고, 그 전모를 검찰이 수사 중이다. 모든 것이 밝혀질 때까지 노조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방송출연 불가 통보를 세다가 50번 이후로는 정신건강을 위해 포기했다고 밝힌 허일후 아나운서의 말처럼 170일 파업이 끝난 2012년 이후 "아나운서국은 그 어떤 조직보다도 가장 망가지고 다친 곳"이었다. 그 결과 2012년 이후 총 12명의 아나운서들이 MBC를 떠났고 11명은 여전히 아나운서국 밖에 있다. 아나운서국의 삼엄한 분위기는 타 부서에서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파업 이후에도 한동안 드라마국에 근무했던 김민식 PD는 주조정실 MD 일을 하다 2013년 상반기 인사평가에서 인사고과 최하인 R등급을 맞았던 자신의 동기 신동진 아나운서의 일화를 꺼냈다.

"너무 부끄러웠다. 평조합원인 신동진 아나운서는 쫓겨났는데 저(김 PD는 2012년 노조 집행부인 부위원장으로서, 당시 파업 프로그램 연출을 총괄했다)는 드라마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선배들이 어떻게든 드라마 조직 내에서 보호해 주려고 노력을 많이 해 줘서 3년을 더 버틸 수 있었다. 2015년 가을, 저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쫓겨나야 했지만 2013년 그렇게 이른 시기에는 드라마국에서 버티고 있었다. 선배들이 지키고 보호해 줬으니까. 신동호 국장에게 묻고 싶다. 평조합원을 (본인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발령내라고 한 것은 누구의 의지였는지. 저는 신동호 국장 본인의 의지도 크다고 감히 추측한다. 정직 6개월을 받은 저라도, 드라마국장이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 저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런데 신 국장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그는) 단순히 공범이거나, 윗사람들의 지시를 받아들인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 말에 억울하시다면 직접 나와서 얘기해 주시기 바란다."

김민식 MBC PD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MBC본부의 법률대리인인 신인수 변호사는 "제 옆에 있는 베테랑 아나운서 김범도 아나운서는 신사업개발선터에서 마스크팩 만들기 등에 내몰렸고, 남아있는 아나운서조차도 신 국장의 부당지시에 숨죽이고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며 "여기 있는 노조원들에 대한 인사권, 지휘명령권을 가진 신 국장이 직접 자기 입으로 토로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신 국장을 노동조합법 상의 부당노동행위, 형법 상의 업무방해행위로 고소한다. 파업 참여를 이유로 부당전보 등 인사상 불이익을 준 것은 우리 법이 금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불법행위이자 반노동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이에 대해) 수차례 부당전보 판결을 냈지만 검찰은 숨죽였고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실체적 진실을 밝혀서 죄 지은 자에게 합당한 죄를 주고, 우리나라에 법치주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후, MBC아나운서협회장인 김범도 아나운서를 비롯해 신동진 아나운서, 손정은 아나운서, 김연국 MBC본부장, 신인수 변호사 5명이 대표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신 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신 국장의 전화가 꺼져 있어 닿지 않았다.

한편, MBC본부는 신 국장 고소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실무간부들에게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다음은 MBC 아나운서 28명과 MBC본부가 공동으로 낸 성명 전문.

성 명 서 왼쪽부터 신인수 변호사, 손정은 아나운서, 김범도 아나운서, 언론노조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 신동진 아나운서. 신 아나운서가 신동호 MBC 아나운서국장에 대한 고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MBC 아나운서 28명과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 본부는 오늘 자로 신동호를 고소한다. 사유는 다음과 같다. 신동호는 자신이 아나운서 국장으로 재직했던 지난 5년간 아나운서 국원들을 대상으로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였다. 그는 지난 2012년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들 중 11명의 부당전보 인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였고, 이들을 방송제작현장에서도 철저히 배제하여 해당 아나운서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었다. 특히 신동호는 부당전보 발령 시 당사자들에게 사전 고지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사유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부당전보 발령에 대한 면담요청에도 자신의 얼굴조차 비추지 않을 만큼 비인간적인 면모도 서슴지 않았다. 신동호는 또한 아나운서국원들이 부당전보자들과 교류를 하는지, 아나운서 노조원들의 동향은 어떤지 등을 지속적으로 살피는 등 공영방송 MBC 내에서 동료 아나운서들에게 상상을 초월한 사찰도 자행하였다. 또한 납득할 수 없는 부당한 인사평가와 비민주적인 공포분위기를 통해 누구든 언제라도 아나운서국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심어주었다. 마이크 앞에 서는 것을 업으로 하는 아나운서들 입에 재갈을 물려 ‘자유롭게 말할 권리’ 마저 빼앗은 것이다. 우리는 이를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생명인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가로막은 폭거이며 더 이상 신동호 스스로 언론인이기를 포기한 만행으로 간주하는 바이다. 이 밖에도 신동호는 라디오뉴스를 비롯해 아나운서 업무의 핵심이자 정체성의 근간을 이루는 프로그램에 사측이 외부 인력을 투입할 때에도 아나운서국장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직무를 유기하였다. 또한, 많은 아나운서들이 굴욕적인 ‘면벽근무(面壁勤務)’로 퇴사하는 등 조직이 풍전등화의 위기임에도 오로지 자신의 영전만을 추구하였다. 그 결과 지난 2010년 김재철 체제 이후 신동호가 아나운서국에서 맡았던 보직 부장 3년, 보직 국장 5년이라는 전무후무한 기간은 MBC 아나운서국 몰락의 역사와 궤를 같이 했다. 결국 신동호는 최근 드러난 국정원 문건대로 MBC 내부 비판세력들의 싹을 잘라 영구 퇴출시켜 MBC DNA를 바꾸려던 경영진들의 충견이자 공범자였던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MBC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아나운서들을 업무 연관성이 전혀 없는 엉뚱한 곳으로 발령 낸 것을 그 대표적 사례로 밝힌 바 있다. 더군다나 국정원이 MBC 와해 공작이 담긴 문건을 김재철 전 사장에게 전달한 정황이 드러난 이 시점에 우리는 더 이상 지체 없이 아나운서들 28명과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 본부의 이름으로, 온갖 악행과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신동호가 법의 심판을 받기를 바라는 바이다. 무너진 MBC와 MBC 아나운서국의 재건을 위해선 지난 과오를 철저히 규명하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며, 공영방송 MBC가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도 우리 내부의 대오각성(大悟覺醒)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미 경영진이 법의 심판대에 선 만큼 이제는 신동호와 같은 공범자도 법의 정당한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끝으로 우리가 신동호를 고소하는 것은 다시는 한 사람의 비뚤어진 욕망에 의해 이처럼 참혹한 언론의, MBC의, MBC 아나운서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반면교사로 삼는다는 절실한 심정이 담겨있다는 점을 밝히는 바이다. 2017. 10. 16.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 본부-문화방송 아나운서(사번순 28명) 변창립 강재형 황선숙 최율미 김범도 김상호 이주연 신동진 박경추 차미연 이정민 한준호 류수민 허일후 손정은 서인 김나진 구은영 강다솜 이진 오승훈 김대호 김초롱 이재은 박창현 임현주 차예린 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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