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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미술 소환]나는 여행자가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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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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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버린 것 같다. 계획 없이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잠을 잘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 새벽 2시다. 잠이 오지는 않지만 어깨에 멘 배낭이 너무 무겁다. 이 도시는 나의 발걸음을 붙잡고, 구름 속에 나를 가둔다. 비는 쏟아지고 하루하루 날짜는 지나가고 해는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아무 방향을 정하지 않은 채 나무에서 떨어진 나뭇잎들을 밟았다.”

사람마다 다른 인생의 버킷 리스트를 가지고 살 테지만, 꽤 많은 이들이 그 안에 ‘세계일주’나 ‘여행’을 담고 있지 않을까.

전세금을 빼서 몇 년간 세계 곳곳을 다녔다는 가족의 이야기나,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을 털어 여행을 떠났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사람들의 관심과 부러움을 산다.

일상의 쳇바퀴에서 과감히 벗어나 길을 떠난다는 것은 뭔가 매력적이지만, 큰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일상을 벗어던지는 것이 두려운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쉬운 대로, 짧은 휴가 기간 선택한 여행지에서의 시간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여행자가 되고 싶었다는 작가 마르코 몬티엘 소토는 2002년 여름, 파리를 시작으로 그해 말, 바르셀로나에서 여행을 마쳤다.

그는 여행길에 마주한 경험의 기억을 사운드와 이미지에 담아 설치했다. 그 기억 속에는 낯선 풍경을 바라보는 낭만적 시선, 여행자의 고독감, 지루함, 방황, 불쑥 솟아오르는 삶에 대한 열정, 착각, 환각이 깃들어 있다. 전시장에 떠도는 작가의 상념은 여행에 대한 관객의 판타지와 만난다.

“나는 프랑크푸르트에 있다. 여기서 나는 무엇을 하는지 모른 채 맥주를 마신다. 나는 베를린을 향해 이동을 하는 중이다. 차들은 멈추지 않고 지나간다. 나를 태워주지 않는다. 나의 희망은 사라진다. 나는 사거리에 서서 베를린으로 갈지 파리로 갈지 암스테르담으로 갈지 바르셀로나로 갈지 결정을 못한다. 나는 고속도로 한복판에 서 있다. 나는 나 자신을 내려놓는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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