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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투기 잡으려면 후분양제 도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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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 후분양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주택부터 후분양제를 실시하고, 민간에는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하는 방법 등으로 후분양제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옳은 방향이다. 소비자들이 모델하우스만 보고 지어지지도 않은 집을 빚까지 내서 구매하는 행태는 한국이 유일하다. 건설 경기가 위축될 수 있지만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후분양제 도입이 필요하다.

후분양제는 건설사가 시공을 한 뒤 입주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깜깜이 분양’은 사라진다. 비가 새거나 날림 조경을 했다가는 망할 수 있으므로 건설사는 건물을 제대로 지어야 한다. 부동산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는 장점도 있다. 지금과 같은 선분양 체제에서는 분양과 완공 시점의 불일치로 분양권 전매 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고, 투기 수요와 부동산 거품이 발생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8월까지 분양권 거래는 29만건, 거래 금액은 지난해에만 57조원에 이른다.

후분양제는 참여정부도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고 건설업체의 자금난으로 민간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자 시행 직전 연기했다가 결국 포기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 선분양제는 건설업자에게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준 것으로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대에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일 뿐이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건설사들은 당연히 부담이 생긴다. 공사 자금을 마련해야 하므로 금융 비용이 추가로 든다. 하지만 이는 원래 건설사들이 져야 할 몫이다. 건설업체들이 경영난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시공 능력을 갖춘 업체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선분양제 덕에 연명하면서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친 건설사들이 정리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2006년부터 모든 아파트를 후분양제로 공급하고 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후분양을 통해 은평 뉴타운 분양가를 낮췄다고 밝혔다. 다만 후분양제의 즉각 시행은 부동산시장과 주택산업에 충격이 적지 않으므로 김 장관 말대로 공공부문부터 시작해 민간으로 점차 확대하고, 건설사들 지원 대책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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