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가 증거인멸을 우려한 것은 당연하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되기 전에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입맞추기를 시도하고, 최순실씨와 차명폰으로 통화하는 등 이미 수차례 증거인멸을 시도한 바 있다. 무엇보다 석방될 경우 재판에 성실하게 응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는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재판에 증언을 거부하고, 특검팀의 강제구인 집행조차 여러 차례 불응한 바 있다. 1심 구속기간(6개월) 내 재판이 마무리되지 못한 것도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이 수백명에 달하는 증인을 무더기로 요구하고, 발가락 부상을 이유로 불출석하는 등 갖은 방법으로 재판을 지연시켰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1주일에 4차례씩 증인신문의 강행군을 했어도 역부족이었다. 또한 최순실·안종범·정호성·차은택 피고인 등 다른 공범들은 모두 구속이 연장된 상태다. 사건의 중대성, 공범들과의 형평성에 비춰봐도 박 전 대통령만 풀어주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헌정유린과 국정농단, 부정부패에 대한 정당한 사법절차요, 단죄의 시작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부터라도 시민들을 더 이상 우롱하지 말고 재판에 협조해야 한다. 시간끌기와 버티기, 변명으로 죄상을 덮고 넘어가려는 건 있을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과 비호세력들이 석방을 요구하는 등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뻔뻔하고 파렴치한 태도다. 심지어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정치적 실패는 정치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다. 사법부 판단을 부정하겠다는 궤변의 극치다. 민주주의의 기초를 뿌리째 흔든 헌정유린을 덮고 가자는 건 그야말로 신(新)적폐라 할 수 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에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다. 박 전 대통령을 감싸고돌수록 적폐의 공범임을 자인하는 것이요, 스스로 제 눈을 찌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모든 판단을 사법부에 맡겨두고 무너진 민주주의와 시민주권을 바로 세우는 노력에 동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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