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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이 제도화 되면 인식 변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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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관리사 대모’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

경향신문
현재 국내 가사노동자는 30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추정’이라는 단어를 쓴 까닭은 이들의 존재가 그림자에 가까워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가 평가절하돼 있다 보니 관련 직업 역시 존중받지 못한다.

더딘 속도일지라도 열악한 상황들이 변화하는 데에는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55)의 공이 컸다. 그녀는 지난 20년간 가사관리사, 베이비시터, 산후관리사 등 가사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 왔다. “항상 고민은 취약한 사람이었어요. 그게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이었고, 여성 중에서도 실업자였고, 실업자 중에서도 고령자들이었죠.”

대학 재학 시절 노동 운동에 뛰어든 것을 계기로 부천지역 실업운동단체에서 활동하게 된 최 대표는 당시 직업소개소를 통해 ‘파출부’로 일하는 여성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의 노동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국여성가사사업단 ‘우렁각시’를 만들고, 한국가사노동자협회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일조했다. 가사노동자들과 함께 거리로 나서 호칭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가사노동이 공식화·제도화되면 가사노동자들에 대한 인식 변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까지 긍정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사회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가사노동 문제부터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전제에는 노동에 상응하는 월급과 고용안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안일은 여자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편견 여전

가사노동자의 자부심은

월급과 고용안정에서 나와


- 지난 20년간 무엇이 가장 크게 변했다고 생각하나.

“용어가 달라졌다. 캠페인을 통해 가사도우미라는 단어를 알렸고 최근에는 가사관리사로 바꿨다. 호칭이 정말 중요한 게 미용실을 예로 들면 ‘아가씨’라고 부르던 문화가 ‘디자이너 선생님’으로 변하면서 직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물론 그 배경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변화도 컸다. 30·40대 고학력 젊은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인권이나 노동문제를 합리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식적인 측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가 평가절하돼 있다 보니 가사노동자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도 큰 것 같다.

“협회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처음에 직업교육을 해주겠다고 하니 ‘집안일은 여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니냐.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집안일은 여자라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니고, 여자라도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스로의 노동가치를 낮게 판단하는 데에는 노동자들의 의식뿐 아니라 사회적 편견에 따른 영향이 크다. 최근 노동자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직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서서히 변화하고 있지만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노동자도, 이용하는 소비자도 체계화되지 않은 시스템으로 인한 불편함을 많이 지적했다.

“이용자는 내 집에 오는 가사노동자가 안전하고 전문적인 사람이길 바란다. 이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직업소개가 목적인 업체들은 여기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또 노동자 입장에서 자부심과 책임감은 월급과 고용안정에서 나오는데, 이 일은 1년을 하나 10년을 하나 호봉 차이가 없다. 힘들 때 고충을 털어놓을 곳도 없다. 그래서 서로 필요한 사람들을 잘 매칭해주고 공인된 자격증을 발급해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다.”

- 지난 6월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가사도우미 특별법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특별법 제정 움직임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해고에 노출돼 있고, 아이를 돌보는 중간에 쉴 수 없는 가사노동의 업무특성상 이를 실제로 어떻게 근로형태에 맞게 적용할지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현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일 8시간, 주 40시간 노동이 가사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4시간마다 30분의 휴식이 있어야 하는데, 베이비시터들이 아이를 돌보다가 4시간 지났다고 딱 쉴 수는 없지 않은가. 또 가사노동자들은 서비스 이용자가 ‘오늘은 오지 마세요’ 하면 이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 더불어 이 법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직고용되지 않은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들의 문제 역시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고용의 주체라 인식하지 않는 것도 문제인 것 같다.

“그래서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계약서가 필요하다. 약관으로라도 써야 한다. 서비스를 일시 중단할 때는 최소 1주일 전에 알려야 한다. 당일 서비스를 취소할 시에는 교통비를 준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명시돼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지켜지는 곳은 ‘우렁각시’와 YWCA 정도뿐이다. 그마저도 4~5년 전부터 이뤄졌다.”

- 외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2011년 국제노동기구(ILO)는 가사노동자 문제를 국제 노동계의 마지막 현안이라고 표현했다. 가사노동이 비공식화돼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공통의 문제인 셈이다. 그래서 2021년까지 각국 정부가 법을 채택하고 관련 단체를 조직하도록 지원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의 가사노동자들은 노동법 규율은커녕 일반적인 규율조차 없다. 매우 드문 케이스다.”

- 법적인 문제 외에도 무엇이 급선무의 과제라고 생각하나.

“정부의 정책이다. 포스터를 아무리 많이 찍어내도 ‘가사노동자도 노동자다’라는 내용의 공익광고 한 번의 효과를 따라가지 못한다. 정부의 돌봄과 관련된 투자는 늘 후순위였다. 그러나 육아문제,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사노동 문제를 피해 가서는 안된다. 취약계층, 사각지대일수록 정부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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