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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라크 파병됐던 자이툰 부대는 어디로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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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973년 주월한국군이 베트남에서 철군한 이후 국군의 해외 파병은 한동안 잠잠하다가 1991년 걸프전쟁에 의료지원단과 공군수송단을 파견하면서 재개되었다. 이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은 부대들이 해외 분쟁 혹은 재난 지역에 파견되어 불철주야 활동을 벌였고 현재도 활약 중이다. 우리의 국력이 커가고 국제 사회에서 담당해야 할 역할이 많아질수록 필연적으로 파병은 증가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해외 파병부대들은 임무가 종료되면 해체된다. 1990년대 이후 가장 규모가 컸던 ‘자이툰부대(Zaytun Division)’를 예로 들자면 이라크에서 임무를 수행한 후 2008년 12월 철군과 동시에 해체되었다. 그외 상록수부대(동티모르), 해성부대, 청마부대, 동의부대, 다산부대, 오쉬노부대(이상 아프가니스탄), 서희부대, 제마부대, 다이만부대(이상 이라크), 단비부대(아이티) 등도 임무를 다하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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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동명부대(레바논), 아크부대(UAE), 한빛부대(남수단), 청해부대(소말리아) 등이 활약 중이나, 이들 또한 추후 임무가 끝나면 같은 수순을 밟아 해체될 것이 확실하다. 파병 지역별로 각각의 상황과 부여된 임무가 다르고 한시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조직, 가동, 해체의 수순이 일견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대 운용 방법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상당히 의문스럽다.

어차피 군은 해외 파병이 아니더라도 즉시 임무에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춘 조직체다. 물론 환경이 전혀 다른 낯선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려면 당연히 그에 맞게 편성되고 준비를 갖추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서류상으로 굳이 별개의 부대를 수시로 만들었다가 해체시키는 행위를 반복할 까닭은 없다고 생각된다. 부대를 새로 만들면 장점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여러 가지 단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중 사라진 부대의 역사를 제대로 보존하기 어렵다는 점도 단점 중 하나다. 의외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부대라는 실체가 없어지면 그들이 존재할 때 이룬 업적이나 기록은 흐지부지 사라지고는 한다. ‘그런 부대가 해외에 파병되었던 적이 있었다’와 ‘우리 부대가 예전에 그곳에 파병 나갔었다’는 차원이 다르다. 모두의 것은 결국 누구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위에서 거론한 자이툰부대가 대표적이다.

반면 맹호, 백마, 청룡부대는 지금도 베트남전쟁 파병을 중요 부대사로 관리하고 있다. 만일 자이툰부대를 서류상으로 맹호부대 예하로 배속시켜 파병시켰다면 맹호부대는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에 참전한 부대가 되었을 것이고 당연히 활동 역사를 중요하게 관리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전 세계 모든 군대를 통틀어 보아도 이 정도 거대한 전쟁에 연이어 참전한 부대를 발견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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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나 영국군 같은 경우는 세계대전처럼 전력을 대폭 증강하여야 할 사례를 제외한다면 파병을 위해 별도로 부대를 만든 경우는 없다시피 한다. 예를 들어 미 제1기병사단은 제1, 2차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쟁을 비롯하여 미국이 참전한 대부분의 주요 전쟁에서 활약했다. 또한 한국전쟁에 파병된 제40, 45사단처럼 현역 부대로 부족하면 새로 부대를 만들지 않고 주방위군처럼 기존에 편성된 조직을 동원한다.

지난 2010년 관련 전담부대인 ‘온누리부대’가 창설되었지만 일종의 병력 보충대일 뿐이고 새로 파병 부대를 편성하는 형태는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사실 온누리부대의 임무도 전신인 특수임무단에서 계속 담담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 이처럼 임무 달성 후 해체되어 기억에서 사라지는 부대가 자꾸 양산된다는 현실이 못내 아쉽다. 강군은 형식보다 내실을 충실히 다질 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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