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40812859 0182017101340812859 09 0905001 5.17.5-RELEASE 18 매일경제 0

[책과 미래] 드러커의 배신자

글자크기
매일경제
밀턴 프리드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조지프 슘페터, 피터 드러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어떠한 형태의 전체주의에도 반대한, 자유주의 경제경영 이론의 옹호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자유에 대한 이토록 강한 지지를 품게 된 공동의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칼 포퍼를 추가해도 좋을 것이다.

연휴 직전, 서울에서 열린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의 북콘서트에서 전 도쿄대 교수 강상중 선생이 청중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 책은 '학력에서 경력으로' 일자리 규칙이 옮겨가는 이 시대에 개인이 일터에서 자존감을 잃지 않으면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피터 드러커의 경영서를 '인문의 힘'을 길러주는 고전으로 추천했기에, 사회를 보면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반문해 온 것이다. 이들 '현대 자본주의의 설계자' 사이에 어떤 공통 경험이 있으리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선생이 말을 이었다.

"이들은 모두 동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입니다. 유대인들이죠. 이들은 나치의 끔찍한 학살과 스탈린주의의 광기를 못 이겨서 고향을 떠났습니다. 이들이 자유에 대한 굳건한 신념을 가진 이유입니다. 이들이 진정으로 중시한 점은 '전체주의'가 한 사회를 지배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체주의가 작동하지 않도록 하려면, 사회는 더욱더 개방적으로, 자유 위에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드러커는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실히 독특하다. 드러커에 따르면,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 추구가 아니다. 기업이 이익을 우선시하는 식으로 운영되면, 그 기업은 실패한 조직이다.

세상의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기업 역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생겨났다. 이것이 드러커의 기본 생각이다.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같이 기업의 힘이 거대해진 환경에서, 기업이 본래 사명을 망각하고 이익만 좇으면 어떻게 될까. 그 사회는 분명히 전체주의로 떨어져 재앙을 초래한다.

"어떤 기업이 이윤을 우선 추구하고 사회를 생각하지 않을 때, 그 기업은 '드러커의 배신자'가 됩니다." 강상중 선생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근본적 아이디어는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화의 물결이다. 그 세계화의 중심에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추구할 자유를 통해 전체주의의 발흥을 억제하려는 동유럽 망명자들의 사상이 놓여 있다.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는 비전이 있을 때, 기업이 비로소 자유를 얻는다는 것. 이를 분명히 하는 데에서 오늘날 기업의 세계화에 대한 모든 논의가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