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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걱정 많은 세상을 사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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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년 전, 뉴욕과 뉴저지 주민들을 불안하게 했던 폭탄 테러와 기차 사고가 생각난다. 뉴욕시 첼시 지역과 뉴저지 두 곳에서 폭탄이 터지고, 터지지 않은 폭탄 몇 개가 발견되었다. 35명의 피해자 중 사망한 사람은 다행히 없었다. 그리고 열흘쯤 후에 호보컨역에서 멈춰야 했던 기차가 철도가 끊어지는 지점까지 질주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플랫폼에 서 있던 한 여성이 죽고 100명이 넘는 승객이 다쳤다.

그래서 작년 10월에는 언제, 어디서, 내가 혹은 나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곳에서 또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요즘은 더 심한 걱정으로 불면이 잦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항상 이렇게 세상이 시끄러웠었나?

유난히도 강했던 허리케인 하비, 어마와 마리아가 휩쓸고 간 카리브 해안과 몇 미국 지역에서 발생한 인명과 재산 피해는 아직도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다. 가족을 잃고, 집을 잃은 사람들의 스토리를 수없이 접하게 되었다. 마실 물과 약 같은 생활 필수품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아직도 전기공급이 되지 않아 환자 치료가 쉽지 않은 병원도 꽤 있다.

그리고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 58명의 사망자와 500명 넘는 부상자를 낸 총기 사건이 관광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일어났다. 외부 콘서트장에 모여 공연을 즐기고 있던 관객들에게 하늘에서 갑자기 총알이 쏟아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이 있던가?

게다가 하루하루 더욱 심각해져 가는 북한과 미국의 호전적 싸움은 말다툼만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전문가들이 가능성 희박한 일이라고 해도 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고 수없이 위협한 한국에 가족이 있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책 역시 아주 위험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지도자들이 전쟁을 일으킬 만큼 불합리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란 추측은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워질 때 내가 전화 연락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나를 15세 때부터 키워주신 미국인 대드다. 올해 87세가 된 그는 12년 전 아내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다. 고양이 한 마리와 지내면서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자식들과 꼭 유선전화로만 통화하는 대드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대드와 대화하다 보면 흔들렸던 내 삶의 균형이 다시 잡히는 듯한 느낌을 얻는다. 그는 항상 우리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안부를 묻는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내가 늘어놓는 얘기를 들어주고 같이 걱정을 해준다. "다 잘될거야"나 "걱정하지 마" 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 다만 대개 이런 말로 대화를 끝낸다.

"오늘 날씨가 너무 시원하고 좋지. 그레이스랑 산책이라도 해. 벌레 우는 소리가 참 듣기 좋을거야."

"냉장고에 먹을 것은 있지? 회사에서 월급은 계속 잘 주고?"

"다들 본 지 오래됐는데, 전화 끊으면 꼭 그레이스, 예진이, 데이비드 안아줘. 내가 보고 싶어 한다고 말해주고."

그는 이런 인사말로 내게 삶에 더 중요한 것들을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최고 자극반응을 위해 미디어들이 쉬지 않고 내보내는 뉴스 때문에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 또 항상 감사하는 태도를 잃지 말라는 조언, 소중한 사람들을 매일 소중하게 대하라는 메시지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걱정도 한다. 사랑하는 이들이 없다면 내게 일어날지 모르는 불행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가 잘못될까, 내가 잘못돼서 그들을 힘들게 할까 하는 걱정을 한다. 내일 일은 누구도 모른다. 오늘, 하루하루 그들을 아끼며 사는 것으로 불안과 걱정을 이겨내야겠다.

[신순규 시각장애 월가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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